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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10.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5>-사해형제四海兄弟


司馬牛憂曰 人皆有兄弟 我獨亡 子夏曰 商聞之矣 死生有命 富貴在天 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 皆兄弟也 君子何患乎無兄弟也

사마우우왈 인개유형제어 아독망 자하왈 상문지의 사생유명 부귀재천 군자경이무실 여인공이유례 사해지내 개형제야 군자하환호무형제야


-사마우가 근심스럽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형제가 있는데 나만 홀로 없구나." 자하가 말했다. "내가 듣기로 생사는 천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이 내린 것이라네. 군자가 삼가며 잘못을 범하지 않고 타인에게 공손하여 예의가 있다면, 세상 모두가 형제일세. 군자가 어찌 형제 없음을 근심하겠는가?"        



사마우에게 여러 명의 형제가 있었고 그 중의 하나가 공자를 죽이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니 논외로 합니다. 형제가 있었지만 다 잘못되어 뿔뿔이 흩어져 홀로 남아 쓸쓸하다는 정도의 정서만 읽으면 되겠지요. 


자하의 말 '사생유명 부귀재천'은 공자로부터 들은 얘기일 것입니다. 


'사해지내 개형제야'라는 표현은 유가가 아니라 묵가의 사상처럼 느껴지지요. 자하의 말은 타당성이 있는 것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 각자가 군자 수준에 오르기 전에는 말이지요. 아래에 묵자의 사상에 대해 언급한 제 책 <<담백한 주역>>의 한 대목(풍화가인괘 구오 효사 중)을 인용합니다. 


... 九五 王假有家 勿恤 吉

象曰 王假有家 交相愛

구오 왕가유가 물휼 길

상왈 왕가유가 교상애야


-왕의 너그러움이 집에 있으니 근심하지 말라. 길할 것이다.

-왕의 너그러움이 집에 있는 것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구오는 외괘 손괘에서 중정함을 얻었고, 구이와 정응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리더이니 후덕한 가장이요, 부인의 내조를 잘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구오가 동하면 외괘가 간괘가 되니 여기에서 두터운 덕의 상이 나오지요. 산의 형상에서 두터움(厚)과 도타움(敦)의 성정이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가假'는 '너그럽다'는 의미로 읽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부인의 내조를 잘 받는 까닭은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겠지요. 집에서 너그럽게 하는데 가족 구성원들이 믿고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가장의 너그러움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바탕하고 있다는 것이 공자의 진단입니다. 당연한 얘기입니다.


'교상애'의 교交를 특별히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交는 사귀는 것이고 교류, 교제하는 것이니 식구들끼리 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상황이라는 뉘앙스만 느끼면 충분하지요. 교交 역시 부사로 보아 '서로'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보다 교상애에서 묵자를 잠시 떠올려 보는 편이 우리에게 더 유익할 듯합니다.


묵자의 출생은 대체로 공자 사후로 봅니다. 그렇다면 공자가 묵자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확률보다는 그 반대 경우의 확률이 높은 것이지요. 유가와 묵가가 대립적 관계에 있었다고 해도 다름 아닌 공자나 묵자 같은 대학자들이 서로의 이론과 주장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상식적입니다. 철저한 비판과 공격을 위한 연구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반드시 만나기 마련이니까요.


묵자의 겸애사상은 '겸상애 교상리 兼相愛 交相利'라는 표현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두루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묵자에 따르면 상애相愛의 반대는 불상애(不相愛, 서로 사랑하지 않음)이고 이는 별애(別愛, 차별적 사랑)로 인해 초래됩니다. 서로 사랑하는 상애는 두루 아울러 사랑하는 것(겸애兼愛)으로 확장되지요. '순천지의자 겸야 반천지의자 별야 順天之意者 兼也 反天之意者 別也'라고 하여 묵자는 하늘의 뜻에 순응하는 것을 겸애, 하늘의 뜻에 반하는 것을 별애로 분명히 하였습니다.


겸애는 자기를 배제한 이타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철저히 자기를 위한 일이 된다고 보았습니다(위피유위기야爲彼猶爲己也, 상대를 위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가정 안으로 한정하면, 가장이 식구들에게 너그럽게 하는 것은 식구들의 자연스러운 인정과 존경으로 이어지니 결국 가장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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