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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12.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7>-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자공문정 자왈 족식 족병 민신지의 자공왈 필부득이이거 어사삼자하선 왈 거병 자공왈 필부득이이거 어사삼자하선 왈 거식 자고걔유사 민무신불립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를 넉넉하게 하며, 백성으로부터 신뢰 받는 것이다." 자공이 말했다. "꼭 부득이하게 버려야 한다면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요?" 공자가 말했다. "군사를 버린다." 자공이 물었다. "꼭 부득이하게 버려야 한다면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요?"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버린다. 자고로 모든 것은 죽기 마련이지만 백성이 신뢰하지 않으면 설 수 없다."   



정치에 있어서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매우 극단적인 방식으로 보여 주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정치가 경제와 국방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경제와 국방도 국민이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공자의 말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 하에서는 경제도 국방도 어차피 무너지게 되어 있다는 의미와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의 근간인 국민의 신뢰가 붕괴되면 경제고 국방이고 뭐하나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경제침체, 극복할 수 있을까요? 약자들을 다 죽이면서 기업들만은 무리한 자금 지원책으로 살려 놓으면 경제가 살아날까요? 오히려 나라 전체가 김각한 위기에 처하고 말 것입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으로 가는 길을 봉쇄하고 호전적 발언을 일삼으면 저절로 안보가 튼튼해질까요? 오히려 한반도를 다시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출 러시를 추동함으로써 경제위기를 가속화하고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것입니다. 


국민 대다수를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뜨려 양극화 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의도는 간단하지요. 생존을 위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끊어 버리려는 것입니다. 참으로 치졸한 구태의 답습이지요. 


현관문을 열어 도둑과 강도를 안방으로 들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절반이 그런 일을 선거에서 되풀이하고 있지요. 사악한 정치 세력은 언제나 무지한 국민들의 묻지마 지지를 숙주 삼아 피어나는 곰팡이와 같습니다. 그들에 의해 사방팔방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는 이 나라를 지켜보는 마음이 애달프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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