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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15.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9>-백성부족 군숙여족

百姓不足 君孰與足


哀公問於有若曰 年饑 用不足 如之何 有若對曰 盍徹乎 曰 二吾猶不足 如之何其徹也 對曰 百姓足 君孰與不足 百姓不足 君孰與足

애공문어유약왈 연기 용부족 여지하 유약대왈 합철호 왈 이오유부족 여지하기철야 대왈 백성족 군숙여부족 백성부족 군숙여족 


-애공이 유약에게 물었다. "흉년으로 기근이 들어 재정이 부족한데 어찌해야 하오?" 유약이 대답했다. "어찌 철법을 쓰지 않으십니까?" 애공이 말했다. "2도 나에겐 오히려 부족하거늘 어찌 철법을 쓰라는 것이오?" 유약이 대답하여 말했다. "백성이 풍족하면 임금께서는 누구와 더불어 부족하시겠습니까? 백성이 부족하면 임금께서는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시겠습니까?"



철은 철법徹法으로 네이버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중국 주나라 때의 논밭에 대한 세법. 춘추 시대 중기 무렵부터 공전公田과 사전私田의 구별을 없애고 수확의 1할을 거두어들였다.'


노나라의 마지막 왕 애공이 기근으로 인해 세수가 부족한 상황을 염려하자 유약은 원칙대로 1/10만 거두라고 조언합니다. 이에 애공은 화가 났지요. 2/10를 거두어도 모자랄 판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지는 유약의 말은 백성이 풍족하면 임금도 풍족하게 되는 것이요 백성이 부족하면 임금도 부족한대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경기침체를 맞아 가계, 기업, 정부가 모두 어렵지만 정부는 기업 지원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그로 인한 세수 부족은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나 노동시간 연장이라는 퇴행적 정책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지요.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의 정치가 삼환이라는 대부들이 권력을 잡고 왕실과 백성들 위에 군림하면서 부와 권력을 독점했던 노나라 말기의 사정과 비슷하게 될 것으로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 일촉즉발의 글로벌 위기 시기에 노예로 살고 싶어하는 국민들이 왜 이다지도 많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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