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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15.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10>-숭덕변혹崇德辨惑

子張問崇德辨惑 子曰 主忠信 徙義 崇德也 愛之欲其生 惡之欲其死 旣欲其生 又欲其死 是惑也 誠不以富 亦祗以異

자장문숭덕변혹 자왈 주충신 사의 숭덕야 애지욕기생 오지욕기사 기욕기생 우욕기사 시혹야 성불이부 역지이이 


-자장이 덕을 높이고 미혹됨을 분별하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충과 신을 기본으로 삼고 의로 나아가는 것이 덕을 높이는 것이다. 사랑할 때는 그가 살기를 바라고 미워할 때는 죽기를 바라니 전에는 살기를 바랐다가 다시 죽기를 바라는 이것이 미혹이다. 진실로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고 다만 괴이할 뿐이지."    



공자는 덕을 높이려면 충과 신을 삶의 중심으로 삼아 의를 지향하라고 얘기합니다. <학이> 편 8장에 '주충신'이 등장했었지요(子曰 君子 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자왈 군자 부중즉불위 학즉불고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 - 공자가 말했다. "군자란 진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워야 고루하지 않게 된다. 충과 신을 기본으로 삼아, 자신보다 못한 자와 벗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충과 신은 앞에서 여러 번 나왔는데 다시 한 번 언급하면 충忠은 가운데(中) 마음(心)으로 원칙을 지키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익을 우선하는 원칙이지요. 신은 말 그대로 신의입니다. 사익을 먼저 추구하고 약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며 불의한 짓을 거리낌없이 저지르는 자들은 덕 대신 원한을 쌓으니 결국 벌을 받고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혹은 불혹不惑을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대상을 향한 사람의 태도가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마음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어떤 이유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불이부 역지이이'를 직역하면 '참으로 넉넉함으로써 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괴이함으로써 하는 것이다'이니 위와 같이 자연스럽게 풀이했습니다. 미혹되는 사람의 마음씀이란 그렇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입니다. 


사람 마음이 그럴 때가 있지요. 배신감을 느끼거나 하면 혼란스러워 바른 정신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시 본 마음을 회복하는 사람이라면 선한 사람입니다. 사랑했을 때처럼 미워진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은 바로 넉넉함의 증거이지요.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사모 /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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