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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29.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23~24. final>-이문회우

以文會友


논어 제12편인 <안연>의 23, 24장은 한꺼번에 정리합니다. 



23.

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毋自辱焉

자공문우 자왈 충고이선도지 불가즉지 무자욕언


-자공이 벗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충고하여 좋은 길로 잘 인도하되 듣지 않으면 그만두어 스스로 욕보지는 마라."  



24. 

曾子曰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

증자왈 군자이문회우 이우보인


-증자가 말했다. "군자는 학문으로 벗을 모으고, 벗으로 인을 돕는다."



가까운 친구 사이라고 해도 함부로 충고하지 말아야 합니다. 친하다고 해서 가치관이나 삶에 대한 철학까지 같을 수는 없지요. 축적한 경험치도 다르고 영혼의 성숙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조언하되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합니다. 


같이 수십 년을 함께 사는 부부 조차도 마음을 다 터놓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이지요. 그래서 인간 관계란 일종의 환상입니다. 결국 자기 인생의 무게는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학문을 통해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 사이는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인생의 벗이 될 수 있습니다. 명리학 공부를 통해 인간의 운명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의 구조를 통찰하게 된 후에는 경험과 지식이 아닌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격려와 동기 부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지요. 서로의 성공을 돕는 긴밀한 인연으로 거듭납니다.   


명리학과 주역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악하게 살기 어렵습니다.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요행이나 편법, 불법이 아니라 오직 공부를 통해 닦은 실력으로 성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요. 그 앎을 얻은 벗들을 갖게 될수록 더욱 어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브런치 지면을 통해 논어를 해설하고 있지만 논어는 사람을 변하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러 번 말씀 드렸지만 깨달음의 책이 아니라 실천의 책이기 때문이지요. 깨달음이라는 엔진을 장착하지 않은 실천이라는 자동차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법입니다. 깨달아 지혜를 확보한 후에야 해야할 것들이 훤히 보이게 됩니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교양 논어 도서들을 아무리 열심히 읽는다 해도 독자들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획, 편집된 논어의 내용으로는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도 잘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시냇물에서 고래를 낚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깊게 공부하면서 우리 자신을 키워 가는 만큼 우리 곁에도 큰 그릇의 좋은 벗들이 모이게 될 것입니다. 정신과 물질, 이상과 현실의 조화와 균형의 미덕을 알고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끊임없는 정진을 통해 마침내 실력을 갖추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참된 실천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말들의 홍수 속에서 세상은 점점 타락해 가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지식인들의 쓴소리가 멈추지 말아야 하지요. 소수의 지식인들만이 잘못되어 가는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냅니다.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보신에 연연할 뿐이지요. 결국 지성을 갖춘 국민들의 연대만이 썩어 가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불의한 자들로부터 나라를 되찾겠다는 한 마음을 가진 국민들은 모두 동시대의 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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