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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01. 2023

일상의 논어 <자로子路3>-정명正名


子路曰 衛君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 必也正名乎 子路曰 有是哉 子之迂也 奚其正 

子曰 野哉 由也 君子於其所不知 蓋闕如也 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事不成 則禮樂不興 禮樂不興 則刑罰不中 刑罰不中 則民無所措手足 故君子名之必可言也 言之必可行也 君子於其言 無所苟而已矣

자로왈 위군대자이위정 자장해선 자왈 필야정명호 자로왈 유시재 자지우야 해기정 

자왈 야재 유야 군자어기소부지 개궐여야 명부정 즉언불순 언불순 즉사불성 사불성 즉예악불흥 예악불흥 즉형벌부중 형벌부중 즉민무소조수족 고군자명지필가언야 언지필가행야 군자어기언 무소구이이의


-자로가 말했다. "위나라 임금이 스승님을 모시고 정치를 한다면 스승님께서는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반드시 명분을 정립하겠다." 자로가 말했다. "이러시니 스승님께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입니다. 어찌 그것을 바로 세우시려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멀었구나, 유야. 군자란 알지 못하는 바에 대해서는 잠자코 있어야 하느니라. 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에 조리가 없고, 말에 조리가 없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이 흥하지 않고, 예악이 흥하지 않으면 형벌이 중정하지 않으며, 형벌이 중정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고로 군자가 명분이 있으면 반드시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말을 하면 반드시 행할 수 있게 되니, 군자란 말에 있어서 구차한 바가 없어야 하는 것이니라."



<공야장> 편 14장(https://brunch.co.kr/@ornard/929)과 <옹야> 편 6장(https://brunch.co.kr/@ornard/948)의 해설을 참고하면 공자가 '정명正名' 곧 '명분名分의 정립正立'을 강조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논어를 읽다 보면 공자와 자로의 사이가 유난히 허물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지요. 대표적인 예가 <술이> 편 18장(https://brunch.co.kr/@ornard/988)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위의 내용에서도 그런 면이 드러납니다. 다른 제자들 같으면 공자에게 세상 물정에 어둡다는 말을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야野는 중심에서 떨어진 것이니 '아직 제대로 된 앎에서 멀다'는 의미입니다. 이어서 공자는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또 입을 나불대는 구나"와 같은 뉘앙스로 시작하며 자로에게 가르침을 줍니다.


위정자가 명분 없는 일을 실행하게 되면 혓바닥이 길어지는 법이지요. 사리에 맞지도 않고 논리도 없는 말을 중언부언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랫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지요.   


<선진> 편 1장(https://brunch.co.kr/@ornard/1064)에 이어 '예악禮樂'이 다시 쓰였습니다. 해당 편을 참고하면 '예악이 흥하지 않는다'는 말의 속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국민들 간의 화합이 깨지고 공동체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형벌에 대한 처사가 불공정해지고 이에 대해 바른 말을 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으며 오히려 탄압이 가해지니 국민들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조수족措手足'은 자기의 힘만으로 겨우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공자는 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이 구차하게 된다고 핵심을 전달합니다. 구차한 말로는 영이 서지 않고 제대로 된 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집무 공간의 용산 이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우리는 위정자가 명분 없이 저지르는 일에 얼마나 구차한 말들이 덕지덕지 붙는 지, 나라는 얼마나 엉망진창이 되는지 똑똑히 목격하고 있습니다. '명분'에 대한 공자의 통찰이 날카롭지요.


공자에게 크게 배운 자로는 명분을 따르다가 죽임을 당합니다. 그의 최후는 공자를 슬프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 처절한 모습이었지요. 그러나 명분 있는 삶을 산 자는 죽어서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명분 대신 이익을 탐하며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된 삶을 산 자들은 반드시 구차한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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