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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02. 2023

일상의 논어 <자로子路4>-언용가焉用稼


樊遲請學稼 子曰 吾不如老農 請學爲圃 曰 吾不如老圃 

樊遲出 子曰 小人哉 樊須也 上好禮 則民莫敢不敬 上好義 則民莫敢不服 上好信 則民莫敢不用情 夫如是 則四方之民 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

번지청학가 자왈 오불여노농 청학위포 왈 오불여노포 

번지출 자왈 소인재 번수야 상호례 즉민막감불경 상호의 즉민막감불복 상호신 즉민막감불용정 부여시 즉사방지민 강부기자이지의 언용가


-번지가 곡식 농사에 대한 가르침을 청하자 공자가 말했다. "나는 늙은 농부만 못하다." 채소 농사 짓는 법에 대한 가르침을 청하자 말했다. "나는 늙은 채농만 못하다."

번지가 나가자 공자가 말했다. "소인이로구나, 번수는.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불경할 수 없고, 윗사람이 의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으며, 윗사람이 신을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진심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이와 같으니 사방의 백성들이 포대기에 자식을 업고 올 것인데 농사 짓는 법을 어디에 쓰겠느냐?"


      

공자는 농사 짓는 법을 묻는 번지를 탐탁해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자는 군자에겐 군자의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공자의 수레를 모는 번지는 농사를 지어 수확물을 내다팔아 돈을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공자는 번지의 마음을 읽고 있었겠지요. 만일 안빈낙도의 수단으로서 농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공자는 다르게 답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안회를 찾아가라거나 마을의 농부를 소개시켜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군자가 해야 할 일은 인仁의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공자는 군자의 길이 아니라 소인의 길을 묻는 번지에게 실망한 듯 보이지요. 농사 지어 돈 벌 궁리하지 말고 군자가 되어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생각을 하라고 다른 제자들에게 은근히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건설사 미분양 물량은 사들이려 하면서 농축수산물의 수매에는 인색한 것, 부자들과 기업들의 세금을 줄여 주느라 공공 요금을 과다 인상시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 등 철학이 빈곤한 리더는 국민들의 복리 증진에 역행하는 짓들을 합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이 부족하니 리더에게 요구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공자의 인식은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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