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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06. 2023

일상의 논어 <자로子路7~8>-합완미合完美


7~8장은 함께 정리합니다. 


7

子曰 魯衛之政 兄弟也

자왈 노위지정 형제야


-공자가 말했다. "노나라와 위나라의 정치는 형제와 같다."


노나라의 시조는 주공周公이고 위나라의 시조는 강숙康叔으로 둘 다 주 문왕의 아들입니다. 대부들에 의해 휘둘렸던 노나라나 부자간의 권력 투쟁이 한창이었던 위나라나 극심한 혼란에 휩싸여 있었지요. 이런 면에서 도긴개긴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8

子謂衛公子荊 善居室 始有 曰 苟合矣 少有 曰 苟完矣 富有 曰 苟美矣

공위위공자형 선거실 시유 왈 구합의 소유 왈 구완의 부유 왈 구미의


-공자가 위나라 공자인 형에 대해 말했다. "살림살이를 잘했다. 처음 갖기 시작할 때는 "겨우 모았다"고 했고, 어느 정도 갖게 되었을 때는 "겨우 갖추었다"고 했으며, 넉넉히 갖게 되자 "겨우 보기 좋게 되었다"고 하였다."   


위나라 명문 가문의 자제인 형이라는 사람이 부자였던 모양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재물이 많으면 자랑하기 바쁘거나 인성이 파탄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람이 사용한 용어가 범상치 않습니다. 부유富裕나 여유餘裕 같은 단어를 배제하고 합合, 완完, 미美를 쓰고 있지요.


그가 사용한 이 글자들의 본의를 추론하려면 이 글자들의 부정형들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곧, '불합, 미완, 불미'이지요. 


즉, 합은 화합和合의 개념입니다. 물질이 부족하면 가족 구성원들 간에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자식의 수업 준비물을 챙겨 줄 돈이 없으면 자연스레 부부 싸움이 일어나게 되는 법입니다. 따라서 '구합苟合'은 '겨우 모았다'는 뜻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되자 식구들이 화목하게 어울리게 되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겨우 화합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미완'은 아직 완전해지지 않아 흠, 모자람이 있는 것입니다. 만일 식구들이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데 흔쾌히 응해 줄 정도의 여유가 없다면 이는 또 다른 불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았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새로운 유희 거리나 소유물에 대한 인간의 애착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그러므로 '구완苟完'은 '겨우 갖추었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적어도 웬만해서는 돈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겨우 흠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불미'는 아름답지 않고 추잡한 것이지요. 더 많이 축적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면 인간은 그릇된 짓까지 서슴없이 저지르기도 합니다. 사기도 치고, 주가조작도 하고, 50억 클럽에 가입하기도 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들을 벌이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게 됩니다. 즉, '구미苟美'의 속뜻은 아주 부유하게 되고 보니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에서 아주 멀어지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겨우 부질없는 욕망에서 자유롭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석한 이유는 공자가 돈을 잘 모은 귀족 집안의 젊은이에 대해 특별히 칭찬한 데에는 그럴만한 근거가 있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금수저로 태어나 큰 부자가 된 것에 대해 공자가 뭐 그리 대단하게 보았겠습니까? 분명 형은 부자라고 유세 떨지 않고 처신이 발랐겠지요. 공자는 그의 겸손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기에 '합合, 완完, 미美'에 담긴 그의 부에 대한 철학을 특별히 인용하여 가르쳤을 것입니다. 


자고로 철학 없는 부富는 천한 것입니다. 부귀富貴가 아니라 부천富賤인 것이지요. 부유하지만 천한 것입니다. 철학이 없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돈을 모으는 것이요, 염치도 없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양 고개를 쳐들고 활보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들에게 맹자가 일갈했지요. '부끄러움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무수오지심 비인야 無羞惡之心 非人也)'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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