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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16. 2023

일상의 논어 <자로子路17>-욕속부달欲速不達


子夏爲莒父宰 問政 子曰 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자하위거보재 문정 자왈 무욕속 무견소리 욕속즉부달 견소리즉대사불성 


-자하가 거보 지방을 다스리는 관리가 되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빨리 이루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아라. 빨리 이루려 하면 이르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면 큰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하는 총명한 제자입니다. 문장으로는 자유와 자하가 있다고 했고, <팔일> 편 8장에서는 공자가 더불어 시를 말할 수 있겠다며 자하를 칭찬했지요. 


머리가 좋으면 일의 맥락이 훤히 보이는 법이며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자잘한 이익까지도 눈에 잘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먼저 명민明敏한 자하가 저지를 수 있는 우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나치게 민첩하게 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라도 깊게 들여다보고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일의 이치에 통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면 빨리 도착할 수는 있겠으나 국도변에 자리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속도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에 담긴 디테일 즉 백성들의 사정이나 시대적 의미 등을 놓치면 일을 할수록 정치가 나라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끄는 결과를 초래하고 맙니다. 


이익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익과 손해란 큰 안목과 긴 호흡으로 봐야 하지요. 눈 앞의 작은 이익이 훗날의 막대한 손해로 돌아오고, 지금은 손해처럼 보이는 선택이 나중에 큰 이익으로 보상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손익의 이치가 개인 차원에서도 이런데 하물며 한 나라의 운영을 책임진 지도자가 근시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국익은 훼손되고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관심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자신의 정치적 안위라는 사적 이익뿐인 자가 리더라면 그 나라는 망국의 길에 접어든 것이지요. 나라와 국민을 위한 큰 일들이 전부 망가지는데 망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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