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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17. 2023

일상의 논어 <자로子路18>-직궁증부直躬證父


葉公語孔子曰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孔子曰 吾黨之直者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섭공어공자왈 오당 유직궁자 기부양양 이자증지 공자왈 오당지직자 이어시 부위자은 자위부은 직재기중의


-섭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 마을에는 직궁이라는 자가 있는데 아비가 양을 훔치자 아들이 그 일을 고했지요." 공자가 말했다. "우리 마을의 정직이라는 것은 이와 다릅니다. 아비는 자식이 숨도록 돕고 자식은 부모가 숨도록 도우니 정직이란 그 가운데 다 있는 것입니다."



공자의 입장은 간단합니다. 인위적인 법法보다 인륜이 우선이라는 것이지요. 인仁에 이상을 두었던 공자의 입장에서 인륜이란 사회의 기본 공동체인 가家에서 실천되어야 할 최소한의 인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원래 <<주역>> 7괘 지수사괘地水師卦 상육 효사에 들어 있는 '개국승가(開國承家-나라를 열고 조정을 잇다)'에서 나온 말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가家, 국國, 천하天下는 영역의 확장 개념이지요. 국가라는 표현에는 나라 역시 하나의 가家라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백성 모두가 사는 집이요, 임금이 가장으로서 식구들을 편안하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주역에 대한 총체적인 철학적 해석서 성격을 갖는 <계사전 하> 5장에서 공자는 국가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子曰 危者安其位者也 亡者保其存者也 亂者有其治者也 是故君子安而不忘危 存而不忘亡 治而不忘亂 是以身安而國家可保也 易曰 其亡其亡 繋于苞桑 자왈 위자안기위자야 망자보기존자야 난자유기치자야 시고군자안이불망위 존이불망망 치이불망란 시이신안이국가가보야 역왈 기망기망 계우포상 - 공자가 말했다. “위태로운 것은 자리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망하는 것은 원 상태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것은 정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자는 편안함 속에서도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현 체제 속에서도 멸망을 잊지 않으며, 정치를 하면서도 어지러움을 잊지 않기에, 몸을 편안히 하고 국가를 보존할 수 있게 된다.” 역에 말했다. “잊지 않도록 우거진 뽕나무에 매어 두라.”'


법을 절대적인 가치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공자의 말에 의견을 달리할 것입니다. "살인을 저질렀어도 숨겨 주라는 말이냐?"라면서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들 수도 있겠지요. 극단성은 본질을 흐리고 논란을 부추기는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지하듯이 춘추 전국 시대는 진시황의 진제국에 의해 마감되었습니다. 진나라의 사상적 기반인 법가가 제자백가 사상을 통일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했지요. 하지만 인간의 성정이란 다양성이 기본입니다. 저마다 태어나 자라는 환경이 다르고 삶의 무대가 달라 경험과 지식, 그리고 지혜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통일된 생각이란 부자연스러운 것이지요. 모든 획일화 된 사상은 인간에게 억압으로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진나라가 빠르게 무너진 이유이지요. 한나라가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수용하면서 법가적 질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되지요. 인간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끊어내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어리석은 선택을 되풀이합니다. 중국과 북한을 뭐라 할 것이 아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법가의 무지막지함이 가장 부정적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혼란한 춘추 전국 시대에 법가 사상이 최소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데 탁월한 장점을 발휘했다면, 21세기 한국에서 부활한 법가는 '검사의, 검사를 위한, 검사에 의한 선택적 법 적용'을 유일한 가치로 삼고 나라의 근간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가히 '법의 가문 전성시대'라 할 만하지요.    


법가의 철학적 주창자였던 한비자와 상앙의 최후는 비참했습니다. 상앙은 '작법작폐(作法自斃-자기가 만든 법에 의해 자신이 해를 입음)'를 한탄했지요. 


권력을 가졌다고 만인의 위에 군림하면서 법의 화신인양 날마나 법을 떠들어도 알 사람은 다 압니다. 그들 스스로 얼마나 법을 우롱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권력에 눈이 먼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자승자박하는 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날마다 비참한 말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것이지요. 


자식과 부모가 서로를 신고하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독재 정치의 모습이지요. 그런 시대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6·10 민주 항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이루어냈건만 우매한 국민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독재자의 절친을 선출해 독재 시대를 연장했지요.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국민의 무지가 왜 독재자들의 힘인지 여실히 증명하는 우리 현대사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그때는 배우지 못해서, 언론 통제로 진실을 듣고 볼 수 없어서 그랬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요. 이명박근혜라는 탐욕스럽고 무능한 지도자를 뽑은 결과를 똑똑히 목격하고도 자신들의 손으로 검사들에게 권력을 헌납하는 멍청함에 대해서는 그 어떤 변명도 불가능합니다. 세계 최강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리고 과거로 회귀하는 미끄럼틀에 올라탄 그 한심한 선택에 대해 역사는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까요?


결과적으로 적폐들을 일망타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겠지만 왜 좋은 길, 편안한 길 놔두고 다 같이 고통스러운 길을 한숨 쉬며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요? 시장 한복판에서 웃통 벗고 횡설수설하는 양아치들의 말을 들어 줄 이유는 없겠지요. 그것과 다를 바 없는 말들이 갑질하는 정부로부터 쏟아지는 시절을 지나려니 속이 갑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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