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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21. 2023

일상의 논어 <자로子路20>-두소지인斗筲之人


子貢問曰 何如斯可謂之士矣 子曰 行己有恥 使於四方 不辱君命 可謂士矣 

曰 敢問其次 曰 宗族稱孝焉 鄕黨稱弟焉 

曰 敢問其次 曰 言必信行必果 硜硜然小人哉 抑亦可以爲次矣 

曰 今之從政者何如 子曰 噫 斗筲之人 何足算也

자공문왈 하여사가위지사의 자왈 행기유치 사어사방 불욕군명 가위사의 

왈 감문기차 왈 종족칭효언 향당칭제언 

왈 감문기차 왈 언필신행필과 갱갱연소인재 억역가이위차의 

왈 금지종정자하여 자왈 희 두소지인 하족산야 


-자공이 물었다. "어떠해야 선비라고 말할 수 있는지요?" 공자가 말했다.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워할 줄 알고, 다른 나라들에 사신으로 가서 임금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면 선비라고 할 수 있다."

자공이 말했다. "감히 그 다음을 여쭙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일가친척이 효성스럽다고 칭찬하고, 마을 사람들이 공손하다고 칭찬하는 것이다."

자공이 말했다. "감히 그 다음을 여쭙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말에 반드시 신의가 있고 행동에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면, 융통성 없기가 돌 같은 소인이라도 그 다음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공이 말했다. "요즘 정치하는 자들은 어떠한지요?" 공자가 말했다. "하아, 속 좁은 자들이야. 잴 수나 있겠느냐?" 

    


자공의 질문에 공자가 선비의 등급을 3단계로 구분해 주었습니다. 공자의 이 가르침 덕분에 자공은 진정한 선비가 될 수 있었나 봅니다.


공자가 생각하는 선비의 조건을 가장 낮은 단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믿을 수 있는 말만 하고 어떤 일을 하겠다고 할 때 반드시 실천에 옮긴다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에 대한 공자의 평가는 후하지 않습니다. 그래 봐야 개인적 차원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출세, 성공 따위의 사적 목표에 갇혀 있기에 그릇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 받을 정도가 되면 수준이 조금 높은 것이지만 공자는 그것도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진정한 선비란 천하를 자신의 무대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 친척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도 의미는 있겠으나 그 정도의 도량에 그치면 큰 선비 곧 군자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공자는 지금 자공에게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경지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공 너는 큰 선비가 되거라"라고 동기 부여하는 것입니다. 


는 말이요 소는 한 말 두 되를 담는 대나무로 만든 그릇이니 '두소지인'은 그릇이 작은 소인배들을 말합니다. 너무 작아 그릇의 크기를 잴 수 없 수 없을 정도라고 공자가 얘기하고 있지요.  


공자의 말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치국평천하'하려는 사람의 전제 조건으로 '부끄러워할 줄 앎'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찰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 자는 가짜 선비라는 것이고, 그런 자들이 큰 선비 흉내를 내 봐야 '두소지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옹졸한 소인배들이 정치를 하면 나라는 망조에 들기 마련인 것이지요. 


<<주역>> 26괘 산천대축괘山天大畜卦 괘사에 '이정 불가식길 이섭대천 利貞 不家食吉 利涉大川 - 집에서 먹지 않으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야 이로울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큰 뜻을 품은 사람은 집안의 일에 국한되지 말고 공동체와 사회를 위해 크게 기여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제 한 몸과 집안의 번영에만 신경 쓰는 자가 큰 선비인양 국민과 세상을 속이고 큰 일을 하는 척해 봐야 밴댕이 소갈딱지에서 나오는 일의 수준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습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번개탄 생산을 금지하는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는 자들의 접시 같은 마음 깊이에서 애당초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통찰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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