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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07.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2>-극벌원욕克伐怨欲


克伐怨欲不行焉 可以爲仁矣 子曰 可以爲難矣 仁則吾不知也

극벌원욕불행원 가이위인의 자왈 가이위난의 인즉오부지야


-"남을 이기고 싶어 하고, 뽐내기를 좋아하며, 타인을 원망하고, 탐욕을 부리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면 인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요?" 공자가 말했다.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인한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구나." 



'극벌원욕'은 '불행'의 목적어입니다. 앞 장에 이어 헌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러이러하면 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형식의 질문은 논어에 있어서 핵심적인 것입니다. 압축하면 논어는 '인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하는 '인 실천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내린 인의 정의를 길게 설명하는 방식이었다면 지루하고 재미없었겠지요. 인에 대한 제자들의 질문과 공자의 대답을 통해 인에 접근해 가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유지시킵니다.


공자의 말은 인이란 내적 수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적극적 실천임을 일깨웁니다. 서양철학식으로 정리하면 '타자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수단으로 공자가 '극기복례'를 강조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비록 극기가 인의 시작이지만 극기에 머물지 말고 복례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헌이 얘기한 것은 극기의 차원이지요. <안연> 편 1장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顔淵問仁 子曰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 顔淵曰 請問其目 子曰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顔淵曰 回雖不敏 請事斯語矣

안연문인 자왈 극기복례위인 일일극기복례 천하귀인언 위인유기 이유인호재 안연왈 청문기목 자왈 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 안연왈 회수불민 청사사어의 

-안연이 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오는 것이 인이다. 하루라도 극기복례한다면 천하가 인으로 돌아올 것이다. 인을 실천하는 것은 자기로부터 말미암는 것이지 타인에게 달린 것이겠느냐?" 안연이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여쭙고자 합니다." 공자가 말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라." 안연이 말했다. "제가 비록 영리하지는 않으나 고하건데 이 가르침을 힘써 노력하겠습니다."  


경쟁에서 타인을 이겨야 살아남고 자신을 알리고 유명해져야 돈과 명예를 얻는 세상에서 성공에 대한 욕망을 품지 않거나 의리를 저버리고 배신을 일삼는 사람을 원망하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옳지 않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스려 없애기 만만치 않다는 것이지요. 물론 아예 이런 개념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처럼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공부하고 수양하는 만큼 사람은 선한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相은 마음이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지요. 명命을 알 때 허심虛心이 가능합니다. 사람과 물질로 인한 문제에 있어서 여유를 갖게 됩니다. 갈 길과 갈 때를 알기에 담담할 수 있는 것이지요. 환경과 상황에 따라 여유를 잃고 조바심을 낸다면 수양이 필요합니다. 타인과 사물에게 넘긴 주도권을 되찾아 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끌려다니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끌려다니기만 하던 사람이 타인을 이끄는 존재가 되면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우리가 미국과 일본에 정신없이 휘둘리는 이유도 이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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