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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08.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3>-회거懷居

子曰 士而懷居 不足以爲士矣

자왈 사이회거 부족이위사의


-공자가 말했다. "선비로서 현실에 안주한다면 선비가 되기 부족하다."


 

'회거懷居'는 거居를 품는() 것입니다. <학이> 편 14장에 '거무구안居無求安'이라는 표현이 있지요. 군자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편하고 안락한 것만을 좇아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회거'에서 거는 편안한 생활, 안락한 일상을 말하는 글자이지요. 그런 삶을 마음에 품는 것이 '회거'이므로 위와 같이 현실에 안주하는 개념으로 풀이했습니다. 대의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자로> 편 20장에서 소개한 바 있는 <<주역>> 26괘 산천대축괘山天大畜卦 괘사와 맥이 닿는 구절입니다. '이정 불가식길 이섭대천 利貞 不家食吉 利涉大川 - 집에서 먹지 않으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야 이로울 것이다'라고 했지요. 큰 뜻을 품은 사람은 집안의 일에 국한되지 말고 공동체와 사회를 위해 크게 기여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길을 향하지 않으면서 선비라고 하기에 충분치 않은 것이지요. 

이재명을 왜 그리 좋아하냐고 사람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싫어했지. 2017년 민주당 경선에서 문통 공격하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거든." 이렇게 답했습니다. 노무현을 사랑했던 만큼 문재인을 좋아했기에 이재명의 거친 공세에 거부감이 심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의 삶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의 아름다운 삶이 가슴속으로 쑥 들어오더군요. 그를 싫어했던 마음을 반성하고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재명은 성찰할 줄 아는 사람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 주었습니다. 성찰하여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는 리더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입니다. 그것을 갖추지 못한 자는 절대로 리더의 자리에 올라서는 안 되지요. 사이비 교주가 되는 편이 어울립니다. 


이 땅에서 돈과 권력과 학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반드시 여러 종류의 수모를 겪기 마련입니다. 수모를 당해 보지 않은 사람, 당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은 수모를 견뎌야 했던 약자들의 마음을 알지 못합니다. 특권 의식에 사로잡힌 자들은 자신의 주장이 저항에 부딪히거나 자신의 허물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면 수모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앙갚음할 생각부터 하지요. 성찰하는 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들이 권력을 쥐고 흔드니 수모는 국민의 몫이 되는 것이지요. 겪지 않아도 될 수모를 자발적으로 초래한 우매한 국민들 탓에 국격은 추락했습니다. 굴종 외교는 당장의 경제 위기를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장기적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지대합니다. 후진국형 장시간 노동 정책으로의 회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을 위협하고, 가뜩이나 줄어드는 일자리와 실질소득을 더욱 감소시켜 세수를 파탄나게 할 것이고, 내수 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입니다. 이 역사적 변곡점에서 우리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후에 아주 오랫동안 그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무능한 자에게 권력을 남용할 권리를 준 과오와 리더다운 사람에게 큰 일을 할 권한을 주지 않고 또 다른 수모의 시간을 견디게 한 무지의 대가, 그것을 치를 시간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http://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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