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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09.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4>-위언위행危言危行


子曰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

자왈 방유도 위언위행 방무도 위행언손


-공자가 말했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는 충언을 아끼지 말되 행동은 바르게 하라. 나라에 도가 없을 때는 행동을 바르게 하고 말을 삼가라."



는 위태롭다는 뜻이니 '위언危言'은 자신을 '위태롭게 하는 말' 곧 충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라에 도가 있는 시기에는 위정자가 유능하고 바를 것이니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고언도 용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행동은 바르게 해야 합니다. 훌륭한 리더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고 해도 예의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더욱이 다른 이들에게 위세를 부려서는 안 됩니다. 몸가짐이 흐트러지면 말의 무게도 하락하는 법이니까요. 도에 어긋나는 처신을 하는 자는 쓰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나라에 도가 행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나라가 무도해지면 작은 허물도 구설에 오르고 트집 잡히기 마련이지요. 권력을 탐하는 자들은 경쟁자를 없앨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를 당하지 않으려면 매사에 행동거지를 반듯하게 하고 말을 극도로 삼가야 합니다. 


공자의 말을 정치 환경에 따른 공직자의 처세에 대한 조언만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권력을 가진 집단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위한 간곡한 당부로 봐야 합니다. 진보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에 대한 집요한 탄압이 쉴 새 없이 가해지는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차하면 압수 수색에 구속 영장 청구를 남발하는 검사 정권의 마구잡이 투망질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티끌 하나의 여지조차 주지 않도록 엄격히 사생활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할 말은 거침없이 해야 합니다. 우리는 왕정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 공화정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입을 막으려는 자들, 그들은 곧 민주주의의 적이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반역사적 독재주의자, 전체주의자들입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라면 이 땅에서 민주주의가 다시 짓밟히는 꼴을 침묵으로 좌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위언위행'은 '시속(時俗)을 좇지 아니한 고상한 말과 행동'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공자의 취지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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