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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16.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9>-위명爲命


子曰 爲命 裨諶草創之 世叔討論之 行人子羽脩飾之 東里子産潤色之

자왈 위명 비심초창지 세숙토론지 행인자우수식지 동리자산윤색지


-공자가 말했다. "외교 문서를 작성할 때는 비심이 초안을 작성하고, 세숙이 검토하며 자신의 의견을 더하고, 외교관인 자우가 정서한 후, 동리의 자산이 매끄럽게 다듬어 완성했다."



위 구절에 등장하는 네 사람은 모두 정나라의 대부입니다. 정나라에 대해서는 <공야장> 편 15장에서 자산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 바 있습니다. 


자산은 정나라(鄭)의 대부 공손교公孫僑입니다. 패권을 다투던 강국 진나라(晉)와 초나라(楚) 사이에서 탁월한 외교력으로 정나라의 안보를 유지한 명재상이었다고 합니다. 인습적인 귀족 정치를 배격하고 솥(鼎)에 법조문을 새겨 중국 역사 최초로 성문법에 따라 법치주의를 시행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약소국이었던 정나라는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국력이 크게 신장되었다고 하지요.


우리는 정나라의 대부들이 최고의 외교 문서를 만들기 위해 합심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한 이유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세계 6위권의 군사 강국, K 브랜드로 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선진국 대한민국은 팬데믹과 러우전쟁을 거치며 재편된 첨예한 국제 질서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지혜로운 균형 외교, 다자 외교로 국익을 지켜 국력을 신장시켜야 할 절체절명의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정 운영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이 전무한 자를 리더로 선택함으로써 난파하는 배의 신세로 전락하고 있지요. 


초창, 토론, 수식, 윤색의 절차를 거치며 국익을 위해 수많은 나날을 고심했을 정나라의 신하들에 비해 일본과 미국을 찬양하고 그들의 국익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우리의 위정자와 그의 하수인들은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한 나라 지도자의 수준은 곧 국민의 수준이지요. 그들을 볼 때마다 국민의 수준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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