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Mar 15.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8>-애로충회愛勞忠誨


子曰 愛之 能勿勞乎 忠焉 能勿誨乎

자왈 애지 능물로호 충언 능물회호


-공자가 말했다. "사랑한다면 수고롭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심이라면 깨우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애愛의 대상은 자식이나 제자로 볼 수 있습니다. 충忠의 대상은 그보다 범위가 넓지요. 친구나 동료도 될 수 있고, 지인이나 위정자도 될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고 끼고돌기만 하면 자식과 제자를 망치게 되지요. 그것은 왜곡된 사랑에 불과합니다. 뒤틀린 애정관을 갖게 되면 자기애에 갇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없지요. 따라서 사랑한다면 수고롭게 하라고 공자는 조언합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실력을 닦는 과정을 묵묵히 인내하며 노력하도록 이끌어야 하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을 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역사 공부를 통해 올곧은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게 하고, 문학과 철학 등 인문학에 대한 교양을 쌓게 하여 인간과 세계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 주어야 합니다.  


아무런 수고로움 없이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는 경험을 반복하면 세상 물정에 대해 어둡게 되어 자기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착각하게 되고 결국 공동체의 타인들과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괴물이 되기 쉽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충심 어린 조언을 전하는 순간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나쳐서는 안 되지요. <이인> 편 마지막 장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子游曰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

자유왈 사군삭 사욕의 붕우삭 사소의

-자유가 말했다. "임금을 섬길 때 간언이 지나치면 욕을 당하게 되고, 벗과 사귈 때 충고가 지나치면 멀어지게 된다."


한 번의 진심을 전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 한 번의 진심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차리고 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은 어리석은 자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의 깨우침을 거부한 채 국민을 모욕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위정자는 끌어 내려야 합니다. 왜 그 자리에 있는 것인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지지율 1%가 나오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는 무지막지한 말을 쏟아내며 대일 굴종의 길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함량 미달의 독재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이 나라의 미래는 암담해질 뿐입니다. 


우리는 수고로워 본 적 없는 괴물이 권력을 가질 때 나라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망가질 수 있는 지 체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존재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똥과 된장 구별법도 가르치지 않으면서 도대체 무슨 교육을 한다는 것일까요? 민주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기르는 교육, 이것에 집중하기가 그렇게 힘든 것일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7>-불인자인자不仁者仁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