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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06.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31>-방인方人

子貢方人 子曰 賜也賢乎哉 夫我則不暇

자공방인 자왈 사야 현호재 부아즉불가


-자공이 사람들을 비교하고 논평하자 공자가 말했다. "사는 현명하기도 하지. 나는 그럴 겨를이 없는데."



공문십철 중 자공은 지智를 상징하는 인물이지요. 논어의 많은 대목에서 공자와 대화를 나눕니다. 


똑똑한 자공이 나라의 재상 그릇이라는 것을 공자는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공야장> 편 3장에서 자공을 '호련'이라는 그릇에 비유하지요. 


<선진> 편 15장에서 자공은 사와 상 중에 누가 더 나은 지 질문합니다. 하지만 <공야장> 편 8장에서 공자 자신도 안회와 자공을 비교하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하기도 합니다. 자공에게서 자기의 그릇을 알고 더 나은 이를 인정하는 겸손함을 엿볼 수 있지요.


자공의 '방인'이 지나쳤던 것일까요? 공자가 은근히 제자를 훈계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대비하여 평가하기를 좋아한 자공의 태도는 어쩌면 그의 세속적 성공 요인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다면 큰 부를 일구지도 못했을 것이고, 두 나라에서 재상이 되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용인用人 능력이 있어야 적재적소에 사람을 써서 일의 결과를 맺을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 


어차피 학문과 수양에 정진하는 군자의 길로는 나아갈 수 없음을 공자와 자공 둘 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공은 자신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스승을 경제적으로 후원한 사람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뒷담화 관점에서 자공의 방인을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의 방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정보 통신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인물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자들에게 권력을 쥐어 주는 어리석은 행위를 반복하는 국민들에게 사람 보는 눈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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