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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08.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33>-선각先覺

子曰 不逆詐 不億不信 抑亦先覺者 是賢乎

자왈 불역사 불억불신 억역선각자 시현호


-공자가 말했다. "속임수에 어지러워지지 않기 위해 억측하지 않고 믿지도 않는 대신, 그런 마음을 누르고 미리 깨달아 아는 사람이 현명한 것이다."  



기존의 해석은 사詐를 남이 나를 속이는 것, 불신不信을 남이 나를 믿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그리하여 '불역사'를 '남이 속일까 미리 짐작하거나 예견하지 않는 것', '불억불신'을 '남이 믿지 않을까 억측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합니다. 그리하여 전체적으로는 '남이 나를 속일까 예단하지 않고 남이 나를 믿지 않을까 억측하지도 않으면서 미리 깨닫는 사람이 현명한 것이다'와 같은 뜻으로 해석하지요. 


저는 거스를 역(逆)을 '어지러워지다'의 뜻으로 보아 타인의 속임수로 인해 어지러워지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억'과 '신'을 쓰지 말고 '선각'의 경지에 오르라는 의미로 풀이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의도에 대해 근거 없이 이리저리 짐작하거나 정반대로 무작정 신뢰하곤 합니다. 둘 다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마음 작용이 원인이 되어 취하게 되는 태도이자 행동이지요. 


공자는 그런 마음을 억누르라는 것입니다. 마음에 휘둘려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기 전에 상대의 의도를 훤히 들여다보고 통찰할 정도가 되어야, 상대의 속임수에 당해 불필요한 혼란에 빠지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정도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깊은 정신 수양이 전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온갖 유세와 협잡이 횡행하던 춘추시대에 학문과 수양에 정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공자가 알려주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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