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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09.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34>-질고疾固


微生畝謂孔子曰 丘何爲是栖栖者與 無乃爲佞乎 孔子曰 非敢爲佞也 疾固也

미생무위공자왈 구하위시서서자여 무내위녕호 공자왈 비감위녕야 질고야 


-미생무가 공자에게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리 분주히 다니시는가? 말재주로 아첨이나 하려는 것은 아닌가?" 공자가 말했다. "감히 말재주로 아첨이나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고루함을 근심할 뿐입니다."  



'구'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기에 미생무는 공자보다 연상인 은자로 봅니다. 출세에 뜻을 두지 않고 초야에 묻혀 지내는 은둔자인 것이지요.


그의 눈에 공자는 세속적 쓰임을 얻기 위해 안달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의 비판에 공자가 '질고'라는 단어를 내뱉고 있습니다. 


는 고루함이라고 해석됩니다. 사전적 정의로는 '낡은 관념이나 습관에 젖어 고집이 세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음'이지요. 이는 나라를 운영하는 춘추시대 제후들의 성향과 태도로 볼 수도 있고, 미생무와 같은 은자들의 외골수적 기질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로 보면 패자들의 회맹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춘추시대 질서의 한계에 대한 공자의 비판적 인식이요, 후자로 보면 현실 사회의 개혁에 무관심한 채 개인적 안빈낙도를 추구하는 은자들에 대한 그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옹야> 편 9장에서 공자는 안회의 안빈낙도에 대해 찬사를 보낸 바 있습니다. 미생무의 도발적인 질문에 대해 반발하는 식의 답변을 했을 리가 없지요. 백성들의 궁핍한 삶에는 아랑곳없이 그릇된 통치 방식을 고수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비판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어떻게든 현실 정치에서 쓰임을 얻어 시대적 한계를 타파해 보려 분주히 움직일 따름이라고 답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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