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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10.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35>-칭기덕稱其德

子曰 驥不稱其力 稱其德也

자왈 기불칭기력 칭기덕야


-공자가 말했다. "천리마는 그것의 힘이 아니라 덕을 칭송하는 것이다."



천리마는 준마의 상징이지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힘이 아니라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게 된 배경을 보라고 공자는 말하는 것입니다. 


천리마라는 호칭을 갖게 되기까지 말이 거쳐야 했던 고된 조련의 과정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천리마의 화려한 겉모습만 볼 뿐입니다. 속이 깊지 않은 사람이지요. 지금의 눈부신 질주 능력을 보유하기까지 말은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오랜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성공한 사람의 외양에 취하기 쉽습니다.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결과에만 도취되어 그 이전의 고통스런 과정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어쩌면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적당히 동기부여 받고 서둘러 성공 노하우를 얻어 단기간에 사람들의 찬양을 받는 성공자의 지위에 오르겠다는 환상에 젖는 것이 보다 수월한 일일 테니까요.   


현재의 모든 성공 아래엔 긴 시련 속에서 흘린 눈물과 땀이 강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냉대와 모멸, 그리고 배신이 그 강에 녹아 있지요. 성공하려면 하수구와 다름 없는 그 강을 헤엄칠 각오를 먼저 다져야 합니다. 성공자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실력을 기르는 지난한 세월을 담담히 견뎌 내야 합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사람은 말과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그럴듯한 말과 글로 고생을 부풀리며 과정을 꾸미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타인을 짓밟으며 자신의 성공 도구로 삼은 자들은 부지기수입니다. 휘황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영자들 중에 이런 자들이 섞여 있습니다. 좋소기업으로 희화화되어 불리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군을 아루릅니다. 그래서 더욱 빛나는 사업가들도 있지요. 


요령을 피우는 말에게는 천리마가 될 가능성이 없듯 현재의 고난에 좌절한 채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밝은 미래는 열리기 어렵습니다. 탈무드는 말합니다. "잘 살아라. 그것이 최고의 복수다." 잘 살려면 차가운 타인들의 외면 따위는 웃어 넘겨야 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각고의 노력으로 채워야 합니다. 그리하여 당신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던 사람들이 감히 근처로 다가올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우뚝 서면 됩니다. 그 다음 세상의 낮은 곳으로 내려가 무소유를 실천하면 됩니다. 물질이 없을 때는 마음으로, 물질이 넉넉할 때는 마음을 담은 물질로 베푸는 것이 이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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