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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22.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47-final>-욕속성欲速成

闕黨童子將命 或問之曰 益者與 子曰 吾見其居於位也 見其與先生並行也 非求益者也 欲速成者也

궐당동자장명 혹문지왈 익자여 자왈 오견기거어위야 견기어선생병행야 비구익자여 욕속성자야 


-궐당의 아이가 심부름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물었다. "발전하는 아이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저 아이가 자리에 앉고 윗사람들과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니 나아지려는 것이 아니라 빨리 이루려는 아이이군요."



마침내 길었던 <헌문> 편의 끝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제15편 <위령공>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논어>>의 정리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시작이 반이고, 꾸준함은 나머지 반을 채우게 해줍니다.


'장명將命'은 명을 받드는 것이니 동자의 입장에서는 어른의 분부를 따르는 것, 곧 심부름하는 것입니다. 


'익'은 문맥상 '발전하다, 진보하다, 나아지다, 향상되다' 등의 개념입니다. '익자여'는 '발전하겠습니까?'나 '성장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정도의 뉘앙스를 갖습니다. 


어른들이 많은 장소에서 시중드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나름 똘똘하다고 인정 받는 아이일 것입니다. 덤벙대거나 생각이 짧은 아이는 실수를 저지르기 쉬운 법이니까요. 그렇기에 어른들이 아이를 주목하여 한마디씩 하는 것일 테지요.


공자는 아이가 어디에 앉는 지, 걸어 다닐 때의 몸가짐은 어떤 지 이미 살펴본 상태입니다. 뒷전으로 물러나 있지 않고 어른들과 동석하는 모습과 어른들의 뒤에서 단정히 따라가지 않고 옆에서 함께 걷는 모양을 보며 예禮를 배웠으나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챕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자격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겸손하게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하지요, 나대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급하기 마련입니다. 속히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고 잘나가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지는 것이지요. 


제아무리 똑똑한 척 해도 사람들 눈에는 다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나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능력도 자질도 갖추지 못한 자들이라는 것이 훤히 드러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출세욕, 권력욕을 채우는데 급급한 사람들이 높은 지위를 꿰차면 나라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하루하루 생생하게 목격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런 자들에게는 나라와 국민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권력과 이익만이 관심사이기 때문이지요. 


무자격자들의 '속성'의 결과는 '속패'일 뿐입니다. '속성속패速成速敗'의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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