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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23.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1>-군자고궁君子固窮


衛靈公問陳於孔子 孔子對曰 俎豆之事 則嘗聞之矣 軍旅之事 未之學也 明日遂行 

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慍見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

위령공문진어공자 공자대왈 조두지사 즉상문지의 군려지사 미지학야 명일수행

재진절량 종자병 막능흥 자로온현왈 군자역유궁호 자왈 군자고궁 소인궁사람의


-위령공이 공자에게 진법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제기와 관련된 일은 들은 적이 있으나 군대에 관한 일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튿날 떠났다.    

진나라에 있을 때 양식이 떨어지고, 제자들이 병들어 일어나지 못했다. 자로가 화나서 공자에게 말했다. "군자도 궁할 때가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곤궁함을 달게 여기고, 소인은 곤궁하면 곧 함부로 행동한다."  



<태백> 편 4장에는 '변두지사籩豆之事'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변두'와 '조두' 모두 제기를 뜻하니 '변두지사'와 '조두지사'는 제기와 관련된 일 곧 제사를 모시는 일의 뜻입니다. 


위령공과 그의 왕실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서는 앞에서 여러 번 설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왕비에게 가스라이팅 된 무능한 군주라고 보는 것이 옳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자가 있지요. <헌문> 편 20장에서 우리는 유능한 신하들 덕에 위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공자의 진단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도한 군주가 백성들의 삶을 살피고 왕실의 어지러움을 바로잡을 생각은 안하고 전쟁에 대해 물으니 공자는 냅다 위나라를 떠나 버립니다. 유능한 군주라면 진법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겠지요. 이때의 공자의 심정은 국제 관계에 대한 눈꼽 만큼의 이해도 없이 미국과 일본에 빌붙은 채 나라를 안보와 경제 위기의 소용돌이로 처넣고 있는 군 미필 대통령이 전쟁을 얘기하는 소리를 듣는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진채지액陳蔡之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당한 봉변'이라는 뜻입니다. <<사기>>에서 사마천은 진나라와 채나라 대부들이 초나라의 초대를 받아 가는 공자 일행을 봉쇄한 탓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다 병까지 들어 버린 사람들을 보며 자로는 화가 나 버리고 말았네요. 固는 굳다, 단단하다의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편안하게 여기다 정도의 뜻입니다. 곤궁한 상황을 달게 여기고 학문에 힘쓰는 것을 '고궁독서固窮讀書'라고 하지요. 공자의 말은 간단합니다. 누구나 어려운 형편에 처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군자는 오직 바른 방법으로 그 처지를 타개해 나가려고 하는데 비해 소인배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인간이 만든 세상의 현실은 그렇게 작동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정치가 필요한 것인데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자에게 권력을 쥐어 주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면 정신병에 다름 아닐 뿐입니다.


AI와 로봇 기술의 발달이 빠른 속도로 인간의 노동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시대에 노동시간 증가에 골몰하는 한심한 철학 수준으로는 국민을 곤궁함에서 구할 수 없지요. 인간의 노동이 제거되더라도 인간의 소비가 있어야 자본주의는 유지됩니다. 기본소득이 미래 경제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지요. 이 정권 하에서 나라는 망하기 직전까지 내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황이 개선될 어떠한 여지도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스스로 부를 창출하고 키워 갈 능력을 갖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곤궁함을 달게 여기되 스스로 곤궁함에서 벗어날 실력을 기르고 실천하기를 시대는 국민들에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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