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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24.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2>-일이관지一以貫之

子曰 賜也 女以予爲多學而識之者與 對曰 然 非與 曰 非也 予一以貫之

자왈 사야 여이여위다학이식지자여 대왈 연 비여 왈 비야 여일이관지 


-공자가 말했다. "사야,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아는 것이라고 여기느냐?" 자공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아니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니다. 나는 일이관지하는 것이다."



<이인> 편 15장에서도 '일이관지'가 등장했었습니다. 공자의 도가 '충서忠恕'로 귀결된다는 것을 증자가 알고 있었지요.


공자는 하나의 개념으로 압축하지 못하면 '학식'의 양은 보잘것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개념이란 곧 자신만의 깨달음이지요. 책 만 권을 읽었다고 떠들어도 자기만의 개념을 갖지 못하면 그가 독서를 통해 얻은 것은 그저 읽은 책의 권수에 불과합니다. 책 속에 담긴 타인의 지식과 사상을 통해 자기 자신의 통찰적 세계관과 진리관을 수립하는데 이르지 못한다면 단지 정보 습득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공부는 사람을 성장시키지 못합니다. 수험서만 들입다 파서 검사가 된 자들이 스스로 똑똑하다, 공부 많이 했다고 착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자공의 그릇과 나아갈 길을 아는 공자는 제자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자공아, 너도 너의 개념을 가져라. 그것이 있을 때 너는 재상이 되어 세상에서 너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르침이지요. 


개념 없는 자는 개념을 가질 수 없습니다. 개념은 철학 위에서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공정과 상식을 어디선가 끌어오기는 했는데 그것의 철학적 바탕이 전무하니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짓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대와 세상, 사회와 인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쳐 봐야 동네 개 짖는 소리와 다를 바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칸트는 얘기했습니다.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고,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 맹목적인 몰빵 외교와 공허한 정책의 남발이 괜히 현상적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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