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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29.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7>-지자불실知者不失


子曰 可與言而不與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不失人 亦不失言

자왈 가여언이불여언 실인 불가여언이여지언 실언 지자불실인 역부실언


-공자가 말했다. "더불어 말할 수 있는데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더불어 말하지 않아야 하는데 말하면 말을 잃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일도 말로 하고, 사랑도 말로 하며, 정치도 말로 합니다.


인간은 말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고 마음을 전하지요. 그러나 말은 마음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온전히 대변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말은 화자의 의도에 따라 마음을 위장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마음을 최대한 진실되게 드러내는 말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요, 마음을 가능한 한 감추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닙니다. 상황과 말을 듣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공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도록 하지요. 동료, 친구, 배우자, 동지 등과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결속을 다지고, 때로는 오해를 풀기도 합니다. 상대를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으면 언젠가 상대는 큰 목소리로도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까지 멀어지고 말겠지요.


반대로 결코 말을 섞어서는 안 되는 사람과 소통하면 말은 본래의 뜻과 취지에서 벗어나 역으로 나를 공격하는 무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정치판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배신의 말은 언제나 진실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요.


냉정히 말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공자는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나 위정자들로부터 쓰임을 얻지 못했고 배신하는 제자들이 있었으며, 그의 말은 자주 외면 당했습니다. 사람들과 진취적으로 일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배신은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지요.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법입니다. 사람은 오고 가고, 말은 진의와 다르게 왜곡될 수 있지요. 진실이 사라진 세상에서 자신의 진실을 지켜야 하는 존재는 오직 자기 자신뿐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도덕경의 '지자불언언자부지知者不言言者不知'가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지혜임을 이제 저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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