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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20.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27>-필찰必察

子曰 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

자왈 중오지 필찰언 중호지 필찰언 


-공자가 말했다. "대중이 미워한다고 해도 반드시 살피고, 대중이 좋아한다고 해도 반드시 살펴라."



<이인> 편 3장을 떠오르게 하는 구절입니다. 


子曰 唯仁者 能好人 能惡人

자왈 유인자 능호인 능오인

-공자가 말했다. "오직 인한 사람만이 남을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다."



대중의 호오는 조장된 결과이기 쉽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 지역 감정의 예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교묘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계획적으로 선동된 지역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있지요. 대중에게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불인한 자들은 대중의 감정에 불지를 소재를 찾고 집요하게 실행합니다. 불길에 휩싸인 감정은 눈과 귀를 막아 버리기 때문이지요. 


야당 지도자들의 사상이나 도덕성에 대한 공격이 오늘날에도 지속되는 것은 우습게도 그것이 대중에게 먹히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인한 사람만이 타인을 판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우리가 타인에 대해 갖는 감정은 심각한 판단 착오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미지 메이킹'은 이 세상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용어 중의 하나입니다. 대중이 대상으로부터 받는 인상이란 의도적으로 생성, 조장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구조의 부품이 아니라 깨어 있는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도를 간파하는 인식 능력이 요구됩니다. 


지난 대선에서 대중은 '살핌' 없이 호오를 표출했습니다. 살폈다면 현재와 같이 망가진 나라, 거짓과 조작이 일상인 사회를 목격할 일은 없겠지요. 


국민의 집단 지성은 언제나 옳은가, 민심은 곧 천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더 이상 '그렇다'이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인식 능력을 맹렬히 왜곡하는 언론이 언론의 탓을 쓰고 있는 한, 언론이 배설하는 텍스트를 진실이라고 믿고 휘둘리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한, 민심은 천심이기 어렵습니다. 현재로서는 민심이란 그저 선택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갈대에 불과해 보입니다. 


갈대를 뒤흔드는 데는 바람이면 충분한 것이지요. 소나무처럼 단단하게 드디고 선 후에야 비로소 민심은 천심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 역시 타인들의 시선, 평가에 영향 받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이 '나'를 알아 봐야 얼마나 알겠습니까? 산책길에 들리는 모든 개 짖는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지요.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흙의 연주에 마음을 두어야 합니다. 


우리 저마다의 인생길에서도 우리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향해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자유를 앗아가는 광포한 이 사회 시스템 하에서도 '내'가 진정 자유로운 존재라는 의식이 있는 한 우리는 우뚝 서서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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