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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21.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28>-홍도弘道

子曰 人能弘道 非道弘人

자왈 인능홍도 비도홍인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도를 넓힐 수 있다.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공자가 말한 도는 '인도(人道)'입니다. '천도(天道)'가 아닙니다. 사람은 천도에 순응할 수 있을 뿐, 그것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도라면 얘기가 다르지요. 인도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요, 사람에 의해 천도를 닮아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군자 대신 사람(人)을 썼습니다. 이는 인도의 확장이란 대중의 참여와 실천에 의해 가능하다는 인식입니다. 소수의 군자들이 천도에 가까운 인(仁)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것이 인도의 수준을 끌어 올리지는 못한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홍(弘)은 수평적 개념만이 아닙니다. 수직적 개념을 아우릅니다. 따라서 홍도는 도의 확장뿐만 아니라 성장입니다.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위대한 인물들에 의해 인간의 고결함의 높이가 신에 가까워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의 보편적 의식 수준도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요. 전체로서의 인간 공동체의 정신적 성숙을 인도의 확장과 성장의 전제 조건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수의 인간이 도달한 지점이 아무리 높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대중의 영혼의 키가 비례하여 자라는 것은 아니며, 인간 사회가 저절로 천도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공자는 인식합니다. 오직 민중의 의식 수준이 높아질 때 인도는 천도를 닮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압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적으로는 천부 인권이자 법적 기본권인 자유와 평등을 인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에게 이것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지요. 인류 역사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확장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이었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인간의 시스템은 부, 권력, 성별, 인종, 종교, 이념 등의 기준을 세워 높낮이와 경계를 구분하고 서로 배척하며 차별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지요. 오히려 점차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의 소중함을 배워서 알고 있어도 강자들만의 자유를 원하는 자들은 그것을 현실 사회에 구현할 의향이 없습니다. 그들은 넓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싸움을 멈추면 인도는 마침내 무너지고 인간 세상은 아비규환의 전쟁터로 변해 버리고 말 것입니다. 먼 얘기가 아니지요. 이미 조짐은 우리의 코앞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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