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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24.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31>-모도謀道

子曰 君子謀道不謀食 耕也 餒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不憂貧

자왈 군자모도불모식 경야 뇌재기중의 학야 녹재기중의 군자우도불우빈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도를 도모하지 밥을 도모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어도 굶주림이 그 가운데 있지만, 공부하면 녹이 그 가운데 있다. 군자는 도를 근심하지 가난을 근심하지 않는다."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꼭 돈을 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기상 여건이 도와줘야 풍작이 가능하지요. 풍작이라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풍작기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지요. 현 정부처럼 양곡 수매가 필요한 이유를 알지 못하면 농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맙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의 농사를 '밥벌이를 위해 하는 모든 일'의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계와 생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공자는 하고 있는 것이지요. 


군자에게는 무엇보다 학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학문을 하다 보면 벼슬길에 올라 녹봉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은 그것 자체를 목표 삼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과론적일 뿐이니까요.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는 일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애써도 수확물이 적을 수 있는데 일하느라 공부를 외면했다면 그야말로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겠지요? 인간으로서 깨달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한 채 평생 허덕이며 일만 하다 세상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군자는 먹고 사는 일에 모든 시간을 쓰지 않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며, 인간에게는 추구해야 할 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날마다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더 나은 수준의 인간으로 거듭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자는 '인도(人道)'를 말했겠지요. 그러나 인도의 궁극은 '천도(天道)'입니다. 원형이정의 이치를 이해하고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천명(天命)'을 따르는 것, 그것이 위대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걸어야 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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