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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25.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32>-지인장례知仁莊禮

子曰 知及之 仁不能守之 雖得之 必失之 知及之 仁能守之 不莊以涖之 則民不敬 知及之 仁能守之 莊以涖之 動之不以禮 未善也

자왈 지급지 인불능수지 수득지 필실지 지급지 인능수지 불장이리지 즉민불경 지급지 인능수지 장이리지 동지불이례 미선야 


-공자가 말했다. "지혜가 그것에 미치더라도 인이 그것을 지킬 수 없으면 비록 그것을 얻더라도 반드시 잃는다. 지혜가 그것에 미치고 인이 그것을 지킬 수 있더라도 그것에 엄정하게 임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공경하지 않는다. 지혜가 그것에 미치고 인이 그것을 지킬 수 있으며 그것에 엄정하게 임하더라도 예에 맞지 않게 그것을 사용하면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之)이 상징하는 것은 한마디로 '군주직'입니다. 곧 나라를 통치하는 군주의 자리입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대통령직(presidency)'이겠지요. 


공자가 보기에 국민으로부터 한 나라의 최고 권력을 위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첫 번째 자격 요건은 지혜입니다. 지혜가 없는 사람은 결코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 분명할 테니까요.


공자는 지혜가 있더라도 국민을 사랑하는 어진 성품이 없다면 반드시 권력을 잃는다고 말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강권 통치를 일삼는 권력자를 국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법이지요. 


다음으로, 지혜도 있고 어진 성품을 갖추었어도 권력을 사사로이 남용한다면 국민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자는 얘기합니다. 자기 가족, 지인과 같은 특수 관계인들의 허물에만 너그럽게 굴거나, 국익에 반하는 굴종적인 외교를 거듭하는 자를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떠받들 이유는 없는 것이지요.


공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예입니다. 지혜롭고 어진 성품으로 최고 권력자다운 역량을 발휘하더라도 예에 어긋나면 그리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앞에서 여러 번 정리했지만 예는 인의 실천 양식입니다. 풀어서 얘기하면, 성문화된 법률 외의 사회적 규범 즉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정서적, 상식적으로 규정된 도덕적 행동 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법을 운운해도 하는 짓이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상식에 맞지 않으면 통치권이 잘못 행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예를 논할 필요조차 없지요. 지혜롭기는커녕 무지하고 무능한 자에게 '왕권'을 갖다 바쳤으니 나라 꼴이 엉망진창인 것은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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