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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27.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34>-심어수화甚於水火

子曰 民之於仁也 甚於水火 水火 吾見蹈而死者矣 未見蹈仁而死者也

자왈 민지어인야 심어수화 수화 오견도이사자의 미견도인이사자야


-공자가 말했다. "백성들이 인을 대하는 것은 물불을 상대하듯 고약하다. 물불이라면 뛰어들어 죽은 사람을 내가 본 적도 있지만, 인에 뛰어들어 죽은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심어수화'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글 전체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존 해석들은 이 뉘앙스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於)'는 동사로 쓰여 '따르다, 대하다, 상대하다'의 의미입니다.


'심(甚)'은 '심하다, 정도가 지나치다'의 뜻이지요. 맥락에 맞도록 '고약하다'의 뜻으로 풀이하였습니다. 왜 공자는 백성들이 인을 대하는 태도가 물불을 상대하듯 고약하다고 말했는가, 이렇게 질문을 던져야 공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필요'의 개념을 건져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갈증이 나면 물을 마시지요. 음식을 짓고 몸을 씻거나 빨래를 할 때도 물을 찾습니다. 추우면 불을 피우고, 음식을 조리할 때 불을 지피는 것은 모두 필요에 따른 행위입니다. 목이 마르지도 않는데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거나, 푹푹 찌는 여름날 모닥불 주위로 다가가지는 않겠지요.


인간이 물과 불을 쓰는 것은 오직 필요에 따른 것입니다.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을 때는 생각조차 하지 않지요. 공자는 백성들이 인을 대하는 것이 꼭 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인이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살다가 필요할 때는 인을 찾는다는 것이지요.


쉽게 얘기하자면, 보이스 피싱, 학교 폭력, 성폭력, 전세 사기, 주가 조작, 노조 탄압, 청소년 빈곤 등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범죄와 문제의 피해자들에 대해 평상시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가도, 막상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이 관련되면 전혀 다른 입장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필요에 따라 물불을 찾듯, 선택적 '인(仁)'의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자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물과 불을 잘못 사용하면 사람이 죽기도 하지만 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은 활인(活人)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인해져도 사람이 상하거나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사람을 살리는' 인을 생활화하자는 것입니다. 자신의 필요와 이익에 따른 선택적 인을 구하지 말고, 매일 인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인의 실천 방법은 다름 아닌 '극기복례克己復禮'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을 극복하고 타인과 공동체를 생각하라는 공자의 속마음이 위 구절에 담겨 있음을 우리는 읽어 내야 합니다.


나라와 국민은 어찌 되든 말든 아무 생각 없이 '2찍' 하고 나서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정부 정책들에 대해서는 민주당 보고 지켜 달라고 떠들어대는 것, 거부권에 가로막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을 민주당의 무능으로 몰아붙이는 것, 정치를 바꿔야 자신의 삶이 바뀐다는 것을 모르니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똑같다며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것, 이 모두가 물과 불을 상대하듯 '고약한' 태도입니다. '복례'는커녕 '극기'를 넘어서지 못한 소인배의 마음 그릇인 것이지요.


우리의 바다가 방사능에 오염되면 어업은 괴멸될 것입니다. 우리의 건강과 후대의 생존은 즉시 위협 받겠지요. 국민의 기본권은 날로 무시되고 있으며, 공포에 '주눅 든 사회'로의 진입은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뻔하지요. 국민이 저항하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두려워 눈을 아래로 까는 순간 국민은 집니다. 아무리 우리의 삶이 자본에 포섭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눈앞의 밥에 영혼을 파는 한, 결국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어준의 '쫄지마'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입니다. 쫄지 않으면 머지 않아 이깁니다. 주인이 노예로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쪽팔린'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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