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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08. 2023

일상의 논어 <계씨季氏9>-학이지지學而知之

孔子曰 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下矣

공자왈 생이지지자 상야 학이지지자 차야 곤이학지 우기차야 곤이불학 민사위하의 


-공자가 말했다. "나면서부터 아는 자가 으뜸이고, 배워서 아는 자가 다음이며, 곤경을 겪고 배우는 자가 또 그 다음이고, 곤경을 겪고도 배우지 않는 자가 백성 전체에서 가장 하급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태어나면서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생이지지'는 보통 성인을 칭하는 표현으로 봅니다. 하지만 성인도 미리 다 알고 태어나지는 못하지요. 따라서 그것은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은 가정과 같은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배움의 방식인 것이지요. 그런 방식이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인간에게 정석적인 배움이란 '학이지지'일 수밖에 없음을 더욱 또렷이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비유라고 보는 것이 옳겠습니다.


'인간은 배워야 한다'는 것을 공자는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배워서 지식을 쌓고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知)를 쓴 것입니다.


'곤이학지'의 학(學)은 학문과 무관합니다. 지(知)와의 연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곤이학이지지困而學而知之'라고 하지 않은 데서 알 수 있습니다. 즉, '곤이학지'의 학(學)이란 곤경이라는 실체적 상황을 통해 배우는 경험적 앎인 것이지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실패를 통한 배움'의 성격인 것입니다. 


곤경에 처해서도 배우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통해서도 배울 수 없기에 그런 자는 인간의 자격을 갖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 편인 <양화陽貨> 편 3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왈 유상지여하우 불이 子曰 唯上知與下愚 不移 - 공자가 말했다. "오직 가장 지혜로운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만은 바뀌지 않는다." 바로 위 구절의 내용과 연결되지요. 


옳은 얘기입니다. 성인이 무식하고 천박해지거나 양아치가 유식하고 고상해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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