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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11. 2023

일상의 논어 <계씨季氏12>-마천사馬千駟

齊景公有馬千駟 死之日 民無德而稱焉 伯夷叔齊餓于首陽之下 民到于今稱之 其斯之謂與

제경공유마천사 사지일 민무덕이칭언 백이숙제아우수양지하 민도우금칭지 기사지위여 


-제경공에게는 사두마차 천 대를 끌 말이 있었으나 그가 죽은 날 백성들 중에 덕이 있다고 칭송하는 사람은 없었다. 백이숙제는 수양산 아래에서 굶주렸지만 백성들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칭송한다. 그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인가 보다. 




앞 장과 연결되는 내용으로 보는 것이 무난합니다. 다산 정약용이 이 입장에 서 있습니다. 


사()는 '한 채의 수레를 끄는 네 필의 말이나 그 말들이 끄는 수레'를 말합니다. 앞에 마(馬)가 있으니 천사(千駟)는 사두마차 천 대, 마천사(馬千駟)는 사두마차 천 대를 끌 말이라고 풀이하면 됩니다. 말의 숫자가 사천 필에 달했다는 것이지요.


부와 권력은 일시적인 것뿐입니다. 영원히 쥘 수 없습니다. 부는 소유가 아니라 무소유일 때 더욱 빛나는 것입니다. 무소유는 비소유가 아니지요. 소유의 상태를 무화시키는 것입니다. 일단 소유에 이른 후에 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그저 일시적으로 차지했던 부를 세상에 반환하기를 거부하고 늙어서까지 소유에 집착하는 자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인불백일호(人不百日好), 세불십년장(勢不十年長)입니다. 권력을 남용하는 자일수록 비참한 말로가 기다리고 있을 따름입니다. 


<술이> 편 14장에서 공자는 백이 숙제에 대해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다(구인구득인求仁而得仁)"는 표현을 썼을 만큼 높이 평가합니다. 공자는 그들이 앞 장에서 말한 '은거하면서도 뜻을 추구하고 의를 행함으로써 도에 이른(은거이구기지 행의이달기도 隱居以求其志 行義以達其道)'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백이 숙제가 지키고자 했던 뜻은 현대 사회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들이 도에 이르렀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희발(姬發. 무왕(武王))이 열고자 했던 새 하늘이야말로 백성들이 원했던 바이기 때문이지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경제를 망쳐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면서 나라를 전속력으로 후진시키고 있는 이 무도한 정권에 대해 가져야 할 우리의 자세는 주인으로서의 당당한 퇴진 요구이지 물러나 은둔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의(義)가 아니지요. 불의에 동조하는 비겁한 침묵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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