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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12. 2023

일상의 논어 <계씨季氏13>-과정過庭

陳亢問於伯魚曰 子亦有異聞乎 對曰 未也 嘗獨立 鯉趨而過庭 曰 學詩乎 對曰 未也 不學詩 無以言 鯉退而學詩 他日 又獨立 鯉趨而過庭 曰 學禮乎 對曰 未也 不學禮 無以立 鯉退而學禮 聞斯二者 

陳亢退而喜曰 問一得三 聞詩聞禮 又聞君子之遠其子也

진항문어백어왈 자역유이문호 대왈 미야 상독립 이추이과정 왈학시호 대왈미야 불학시무이언 이퇴이학시 타일 우독립 이추이과정 왈학례호 대왈미야 불학례무이립 이퇴이학례 문사이자 

진항퇴이희왈 문일득삼 문시문례 우문군자지원기자야 


-진항이 백어에게 물었다. "공자에게는 다른 가르침이 있겠지요?" 백어가 말했다. "아닙니다. 이전에 혼자 계실 때 제가 빠른 걸음으로 뜰을 지나가는데 "시를 공부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아닙니다"라고 대답하니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물러나 시를 공부했지요. 다른 날, 또 홀로 계실 적에 제가 서둘러 뜰을 지나가는데 "예를 공부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아닙니다"라고 대답하니 "예를 공부하지 않으면 제대로 설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물러나 예를 공부했지요. 가르쳐 주신 것은 이 두 가지입니다."

진항은 물러나 기뻐하면서 말했다. "하나를 물어 세 개를 얻었구나. 시에 대해 들었고, 예에 대해 들었다. 또 군자는 자식을 멀리한다는 것을 알았다."  



진항은 <학이> 편 10장에 등장했던 자금입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822


스승의 아들인 백어가 공자로부터 별도의 가르침을 받겠거니 생각하며 '이문異聞'이 있냐고 질문합니다. 다르게 듣는 것, 별도로 듣는 것이니 특별한 가르침입니다.


'과정過庭'은 뜰을 지나가는 것으로, 논어 이 대목에서 '과정지훈過庭之訓'이라는 말이 유래합니다. 


이()는 백어의 이름입니다. 


공자는 백어가 자식이라고 편애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시와 예를 강조했지요. 시를 공부하여 깊은 감성과 언어를 터득하기를 바랐고, 예를 공부하여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극기복례할 것을 주문했을 뿐입니다. 


학폭 사태에서 드러나는 기득권층의 저열한 자식 사랑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지요. 공직에 몸담은 자들일수록 자기 자식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공직자는 오직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식을 지키고자 권력을 치사하게 남용하여 남의 자식과 부모들에게 피눈물을 쏟게 하는 자들에게 무슨 공직자의 자격이 있겠습니까? 


이런 자들의 자식이 기득권을 대물림하여 대접 받으며 살아가는 사회란 시궁창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폐기물이 우리의 바다를 죽인다 해도 기득권층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은, 먹거리가 오염되고 산업이 파괴되어도 자신들은 해외에서 수입되는 고급 청정 식자재를 먹고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자들이 활개치도록 만든 무뇌인들은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음을 깨닫고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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