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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14. 2023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1>-세불아여歲不我與

陽貨欲見孔子 孔子不見 歸孔子豚 孔子時其亡也 而往拜之 遇諸塗 謂孔子曰 來 予與爾言 曰 懷其寶而迷其邦 可謂仁乎 曰 不可 好從事而亟失時 可謂知乎 曰 不可 日月逝矣 歲不我與 孔子曰 諾 吾將仕矣

양화욕견공자 공자불견 귀공자돈 공자시기무야 이왕배지 우저도 위공자왈 래 여여이언 왈 회기보이미기방 가위인호 왈 불가 호종사이기실시 가위지호 왈 불가 일월서의 세불아여 공자왈 낙 오장사의 


-양화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했으나 공자가 만날 주지 않았다. 공자에게 돼지고기를 선물로 보냈는데 공자가 그가 없는 틈을 타서 그것에 대해 사례하러 가다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가 공자를 부르며 말했다. "오셨구려. 내 그대와 더불어 얘기 좀 해야겠소." 양화가 이어서 말했다. "그런 보배로운 것을 품고 있으면서도 나라를 어지럽게 둔다면 인하다고 할 수 있소?" 공자가 말했다. "그럴 수 없지요." "나랏일 하기를 좋아하면서도 자주 때를 놓친다면 지혜롭다고 할 수 있소?" 공자가 말했다. "그럴 수 없지요." "날이 가고 달이 가외다. 세월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소." 공자가 말했다. "알겠소이다. 나도 장차 벼슬길에 나아가지요."       



양화는 삼환의 일원인 계씨 집안의 가신으로 자신의 주군을 배신하고 권력을 잡았습니다. 훗날 삼환을 모두 제거하려다 실패한 후 다른 나라로 망명했다고 합니다. 


이런 수준의 인물이 자꾸 만나고자 하니 공자가 피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잔머리가 발달한 양화가 공자에게 선물을 보냅니다. 공자가 예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지요. 아마도 양화는 공자가 언제 오는지 다 파악해 두고서 우연한 마주침을 가장했을 것입니다. 


양화의 말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 뭐하는 게요? 나와 손잡고 이 혼란한 나라를 바로잡아 봅시다. 세월이 언제까지나 우리를 기다려 준답디까? 당신도 나랏일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 아니오?"


공직에 올라 이상을 펼치고 싶어하는 공자의 마음을 양화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지요. 공자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공자는 간악한 양화의 심기를 거슬러 좋을 것이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말을 인정하며 적당히 맞장구를 치고 있습니다. 마치 외교적 수사를 보는 듯하지요. '그래. 나도 벼슬을 하고 싶긴 하다. 하지만 너 같이 더러운 놈의 손을 잡느니 안 하고 말겠다, 이 놈아', 이것이 공자의 속마음일 것입니다. 


그 놈의 권력이 무엇인지, 양화를 꼭 닮은 흘러갔던 자들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후진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후진 밖에 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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