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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18. 2023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4>-우도할계牛刀割鷄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夫子莞爾而笑曰 割雞焉用牛刀 

子游對曰 昔者偃也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子曰 二三者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

자지무성 개현가지성 부자완이이소왈 할계언용우도 

자유대왈 석자언야문저부자왈 군자학도즉애인 소인학도즉이사야 

자왈 이삼자 언지언시야 전언희지이 


-공자가 무성 지방에 갔을 때 현악기 연주에 맞춰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었다. 공자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자유가 대답했다. "예전에 저는 스승님께서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들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얘들아, 언의 말이 옳다. 아까 한 말은 농담이었다."



<옹야> 편 12장에서 우리는 무성 땅의 관리가 된 자유와 공자의 대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유는 공자가 사랑했던 제자들 중의 하나입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954


무성 땅을 다스리는 자유를 만난 공자와 제자들 일행의 귀에 노랫가락이 들려옵니다. 현악기가 반주를 맞춰 주고 있습니다. 예악을 통치의 근본 수단으로 여겼던 공자에게는 반가운 일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는 짐짓 농을 던집니다. '여기 무성 땅이 조정도 아닌데 뭐 이리 작은 고을 하나를 다스리는데 예약까지 쓰는 것이냐?'는 뉘앙스이지요.


하지만 자유는 스승의 농을 농으로 받지 않습니다. 그의 책임 하에 있는 무성읍은 그에게 조정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자유는 공자의 가르침을 상기시킵니다. '저는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예악을 통해 백성들에게 도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예악을 통해 도를 알게 되면 대동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유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부리기 쉽다(이易使)'는 표현은 백성들을 통치의 대상으로 인식했던 시대상을 드러냅니다. 현대적으로는 지자체장과 산하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 때 시민들이 그것에 공감을 표하게 되지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관민이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유의 말은 흠 잡힐 데 없이 논리적으로 완벽합니다. 그래서 공자는 재빨리 자유의 말을 인정하지요.  


정치의 정도(正道)가 통치 영역의 광협에 따라 달라질 리 없습니다. 그것은 다만 부정과 불의가 파고들 여지가 없도록 정의롭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위임 받은 권력을 민의를 받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지금 이 나라의 정치는 국민이 공적 조직을 믿을래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정치에 문외한인 자가 민의와 무관한 자신의 사적 견해에 사로잡힌 채 정치를 도구화했기 때문입니다. 소 잡는 칼인지, 닭 잡는 칼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그저 칼이란 칼을 아무렇게나 휘두르고 있을 뿐인 것이지요. 그러니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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