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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01.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12>-행불유경行不由徑


子游爲武城宰 子曰 女得人焉爾乎 曰 有澹臺滅明者 行不由徑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也

자유위무성재 자왈 여득인언이호 왈 유담대멸명자 행불유경 비공사 미상지어언지실야


-자유가 무성 지방을 다스리는 관리가 되자 공자가 말했다. "너는 사람을 얻었느냐?" 자유가 말했다. "담대멸명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지름길을 따라 걷지 않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고서는 제 거처에 오지 않습니다."  



<선진> 편에서 '문장과 학문으로는 자유와 자하가 있었다(文學 子游子夏 문학 자유자하)'고 공자가 말한 자유가 무성이라는 이름의 지방을 책임지는 공직자가 되었습니다. 공자의 질문은 핵심에 곧바로 육박하지요. 행정의 본질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축된 시스템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것은 공적 마인드가 투철한 직원들을 통해 구현되는 법입니다. 자유가 그런 인재들을 확보했다면 리더의 역할을 이해하고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지요.  


자유는 스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유능한 부하의 이름을 지체 없이 꺼낸 뒤 그를 신뢰하는 근거를 얘기합니다. '행불유경'은 요령을 부리지 않고 절차대로 바르게 업무를 수행하는 자세에 대한 비유입니다. 공무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지요. 이 덕목을 갖추고 있다면 효율성을 우선시하여 관련 규정들을 임의로 무시하지 않을 것이요 상사의 사적 요청도 단호히 거부할 수 있게 됩니다. 


은 '눕다', '쉬다' 등의 의미이니 '언지실偃之室'은 업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사적 거처 곧 관사입니다. 한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동안 신뢰가 도타워지면 휴일에 사적 공간에 모여 술 한 잔씩 나누는 정도의 교류는 자연스러워집니다. 하지만 담대멸명은 그조차 엄격히 삼가는 사람이지요. 진정한 공직자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하 직원을 아끼고 존중하는 리더라면 본분에서 어긋나기 어렵지요. 이렇듯 어떤 이들을 참모로 두고 있느냐는 그 자체로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게 해주는 척도가 됩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해 본 적 없고 사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의 경계를 넘나들기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결여된 사람들이 공직자로서의 철학을 가졌을리 만무하지요. 이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믿음을 거두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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