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I.중천건괘重天乾卦>-단전과 대상전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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彖曰 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 雲行雨施 品物流形 大明始 六位時成 時乘六龍 以御天 乾道變化 各正性命 保合大和 乃利貞 首出庶物 萬國咸寧

단왈 대재 건원 만물자시 내통천 운행우시 품물유형 대명시종 육위시성 시승육룡 이어천 건도변화 각정성명 보합대화 내리정 수출서물 만국함녕


-<단전>에 말했다. 크도다, 하늘의 기운이여! 만물은 건원에서 비롯되니 만물은 곧 하늘과 하나로 연결된다. 구름이 다니며 비를 내리니 온갖 사물이 저마다 형상을 이루었다. 마치고 시작함의 이치를 크게 밝히면 여섯 개의 자리가 때맞춰 이루어지고, 때 마다 여섯 용을 타고 하늘에 오르게 된다. 하늘의 도는 변하고 화하며 각 사물의 성품과 소명을 바로잡는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각각의 성명에 크게 부응하여 이를 잘 보전하고 서로 어울리면 이롭고 바르게 된다. 뭇 사물에서 머리가 나오니 온 세상이 함께 평안해진다.



<단전>은 공자가 주역에 대해 남긴 '십익十翼' 중의 하나로 문왕이 저술한 괘사를 보충 설명한 글입니다. 공자가 주역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 십익이 증거하는 셈입니다.


중천건괘의 초구부터 차례로 읽으신 분이라면 위의 풀이가 무난히 이해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운행우시'는 일종의 은유입니다. '물'을 통해 말한 천지 기운의 순환 이치요, 하늘의 뜻이 땅 위의 만물에게 전해지는 것을 비가 내리는 모습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종시終始'는 순환과 지속이라는 하늘의 이치를 전하는 주역의 철학이 녹아있는 표현입니다. 영화 <매트릭스> 3편에 에이전트 스미스가 네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Everything that has a beginning has an end, 시작이 있는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주역의 표현으로는 'Everything that has an end has a beginning, 끝이 있는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가 될 것입니다. 영화에서 매트릭스는 오류를 개선하며 계속 리부트되어 왔지요. 우리 세상 속에 존재하는 각 개체들에겐 시작과 끝이 탄생과 죽음으로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종 전체의 차원에서 보면 순환과 지속이 이루어져 온 것입니다. 주역의 마지막이 화수미제괘로 마무리되는 이유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종 전체의 입장에서, 모든 세대는 다음 세대의 시작을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세대도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생활양식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이치입니다. 종시의 가치를 망각한 현 시대는 시종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시작이 없을 수도 있는 종말로 치닫는 형국인 것입니다. 인류의 각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모 드라마를 자동으로 연상시키는 '해동 육룡이 나르샤'로 시작하는 '용비어천가'가 바로 '시승육룡 이어천時乘六龍 以御天'에서 유래했습니다.


대산 선생님은 '출出'에 공자의 비결이 있다고 했습니다. 산이 중첩된 모양의 글자니 52괘 중산간괘의 형상이요, 방위상 간艮은 동북방으로 우리나라를 상징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성인이 나와 온 세상이 평안한 후천시대를 맞이한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가 뭇 사물에서 나오는 머리, 즉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된다는 뜻이니 우리나라가 세계를 이끄는 지도국가가 된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여러 기인들이 우리나라의 찬란한 번영을 예언한 바 있지요. 수운 최제우, 해월 최시형, 탄허 스님,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박중빈), 그 외 야산 이달, 김일부, 강증산, 문도사, 박만수와 같은 야인들이 그들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소위 식자층이 일본제국주의의 영원을 믿고 적극적으로 친일에 나설 때 야인들은 일제의 패망을 정확히 예견하고 더 나아가 세계 지도국으로의 위상을 갖추게 될 조국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천기天機에 통달한 이들의 눈에 세상은 어떻게 보이는 것일까요?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개인의 것이든 나라의 것이든 운명이란 정해져 있으면서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운명이란 결국 정해진 대로 흘러가게 마련입니다. 운명의 긍정성을 믿고 운명의 부정성을 제거해 나가려는 노력이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그것이 역易의 의미입니다. '변화한다'는 이치입니다. 동시에 '바꿀 수 있다'는 이치입니다. 일본제국주의의 지속을 믿고 조국과 민족을 배신한 친일파들에게는 이런 단순한 진리에 대한 이해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선한 목표를 향한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은 반드시 운명을 바꾸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운명을 알고 소명을 깨닫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이 됩니다. '개입'이 무용해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과학, 정사正史의 틀 안에서 벗어난 모든 것을 신비주의 수준으로 치부해버리면 깊은 지혜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됩니다. 만일 공자가 '십익'을 저술하지 않았다면 주역조차 음습한 냄새를 풍기는 점서의 수준으로 전락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계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의 브랜드가 주역의 권위를 확고히 세우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위의 <단전>을 공자가 아닌 당대 도사道士 중의 한 명이 썼다면 아마 수많은 학자가 연구하지도, 그 연구 성과물들로 박사학위를 인정 받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류와 비주류 학문의 대접에는 차이가 큰 법이니까요.


<<논어>>는 다음 구절로 마무리됩니다. '孔子曰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不知禮 無以立也 不知言 無以知人也 공자왈 부지명 무이위군자야 부지례 무이위야 부지언 무이지인야'. 그래서 <<논어>>를 학學으로 시작해서 명命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고 한 공자의 진의는 무엇일까요? 우리 각자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象曰 天行健 君子以 自彊不息

상왈 천행건 군자이 자강불식

-<대상전>에 말했다. 하늘의 운행이 굳건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않는다.



<대상전>은 괘상卦象에 대한 풀이와 본받아야 할 덕목의 제시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강불식'은 우리가 파란하늘을 보며 자주 되새기기에 좋은 구절입니다.


돈벌이는 노력과 꼭 비례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하에서 빈부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공부와 수양, 운동에서 노력은 반드시 그 만큼의 결과로 이어집니다. 날마다 열심히 배우고 익히며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신체 단련에 힘써야 합니다. 이 셋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킵니다. 강건해진 신체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정신력도 키워 줍니다. 체력이 자라날수록 오래 공부할 수 있는 에너지원도 증가합니다. 좋은 기운이 신체 안에 차오를수록 마음도 맑아집니다. 몸이 탁할 때는 마음도 흐려지고 말과 글도 깨끗하게 나오지 않게 됩니다. 그런 시절을 겪으며 절절하게 깨달은 바입니다. 공부, 수양, 운동에 힘쓸수록 삶은 정갈해집니다.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되는 <<도덕경>> 33장을 소개합니다.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지인자지 자지자명 승인자유력 자승자강 지족자부 강행자유지 부실기소자구 사이불망자수 / 상대를 아는 자는 슬기로운 것이요, 자기 자신을 아는 자는 밝은 것이다. 상대를 이기는 자는 힘이 있을 뿐이지만,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는 강한 것이다. 만족할 줄 아는 자는 부자요, 힘써 행하는 자는 뜻이 있는 것이다. 근본을 잃지 않는 자는 오래갈 것이며, 죽어도 잊히지 않는 자는 오래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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