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1.중천건괘重天乾卦>-용구

이전투구의 아수라장이다. 나서지 말라.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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用九 見群龍 无首 吉

용구 현군룡 무수 길


-용들이 무리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앞에 나서지 않으면 길할 것이다.



구九는 양이니 용구는 중천건괘의 초구부터 상구까지 여섯 개의 양에 모두 적용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습니다. 다른 괘들과 달리 중천건괘에는 용구가, 중지곤괘에는 용육用六이 있습니다.


9는 노양수, 7은 소양수, 6은 노음수, 8은 소음수입니다. 노양과 노음이란 각각 양과 음이 극에 달한 것입니다. 노음이 극성하면 소양으로 변하여 나아가고 노양이 극성하면 소음으로 화하여 물러나는 이치를 음변양화陰變陽化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역 대성괘의 각 효 명칭에 구九와 육六이 사용되는 것입니다. 변화의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용구는 중천건괘의 여섯 효가 모두 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면 2괘 중지곤괘로 변하지요. 곤괘는 무리(衆)를 뜻하니 여기에서 군群의 뜻이 나오게 됩니다.


'군룡'이란 중천건괘의 모든 용이 한꺼번에 무리지어 있는 것입니다. 개나 소나 국회의원 되겠다고 나온 형국이요, 이 사람 저 사람 온갖 사람들이 섞여 지지고 볶으며 일하는 조직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현見은 구이의 현룡처럼 '현군룡'으로 읽고 '나타나다, 드러나다, 보이다'의 뜻으로 읽을 때 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수首'는 동사적으로 쓰여 '머리를 드러내다'는 의미이니 무수는 머리를 내밀고 앞에 나서지 말라는 뜻이 됩니다. 사람들이 서로 잘났다고 앞다투어 싸우고 있을 때는 괜히 끼어들지 말고 비켜나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난장판이 벌어지는 이유는 언제나 외면하기 어려운 큰 이익이나 권력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기 마련이니 예상치 못한 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도 그만큼 쉽습니다.


여섯 개의 양이 모두 동하면 2괘 중지곤괘가 됩니다. <설괘전> 9장에 '건위수乾爲首'라고 했습니다. 신체 부위로 건괘는 머리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같은 장에서 '곤위복坤爲腹'이라고 했고 <설괘전> 4장에서 '곤이장지坤以藏之'라고 했으니 곤은 뱃속에 감추는 것입니다. 머리가 땅 속으로 들어가는 상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아귀다툼이 벌어질 때는 나서는 대신 몸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된 자는 구사처럼 나서 보기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룡으로 솟구칠 수 있지요.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정치하는 놈들은 다 거기서 거기다"라며 정치 혐오를 아무렇지 않게 부추기는 이들 중에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가슴으로 절절하게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 채 입을 놀리는 것입니다. 독재자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민주투사들이 서로 나서지 않았다면, 그들 중의 일부가 정계에 진출해 정치적으로 끊임없이 대결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의 피로 바뀐 이 좋은 나라에서 돈을 벌고 명예를 누리면서 정치 전체를 혐오하는 자는, 누군가 피를 흘리는 동안 자신만의 입신양명을 위해 애쓴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누리고 있는 혜택이 자기만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시대와 역사를 바꾼 타인들 덕분임을 안다면 말을 가려서 해야 합니다. 적어도 뭐가 옳고 그른지는 알고 떠들어야 할 것입니다.


모두가 '자연인'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나서서 비룡으로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줘야 합니다. 자연인으로 안빈낙도를 즐기며 살지라도 그들을 응원할 줄은 알아야 합니다. 중천건괘의 용구를 들어 '나서지 않는 것이 삶의 미덕'이라고 곡해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들려 주어야 할 말입니다.




세계 주요 나라들의 선택이 어떤 방향이냐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상은 새로운 유형의 투쟁을 우리에게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는 상시적으로 국민들의 생체 바이오 정보를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강대국들은 이와 같은 사태에 두 번 다시 직면하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요.


획득한 정보를 국가가 국민들의 건강한 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도, 감시와 통제를 위해 사용하는 것도 모두 가능합니다. 후자를 기도할 가능성이 높은 정치세력의 집권을 사전에 막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하여 집권세력이 다시 경찰국가로의 반동을 꾀한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나서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에겐 아름다운 투쟁과 찬란한 승리의 역사가 있으니 미증유의 전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둡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중천건괘의 구사와 같습니다. 분단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길을 활짝 열 때 우리나라가 비룡으로 날아오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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