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 5. 죽음

by 오종호

하이에나들은 비 내리는 밤을 틈타 호숫가 근처의 습지 가까이로 다가선 다음 긴 수풀 속에 숨어 허기를 참으며 습격 대상을 노리고 있었다.




한바탕 쏟아지는 빗줄기에 가슴에서 자꾸만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대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플랩은 날씨가 개자 날개 속에 머리를 묻고 곤하게 잠든 엄마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며 무리를 벗어나 홀로 뭍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개어 버린 밤하늘에 덩실 떠오른 커다란 달이 자꾸만 부르는 듯 자기도 모르게 사지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섯 마리의 하이에나들은 입맛을 다시며 축축한 바닥에 몸을 더욱 낮게 붙이고 발가락들에 서서히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플랩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시선을 노란 달에 고정하고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날개로 훔치고만 있었다.




다시 한 번 눈물을 닦고 코를 훌쩍이는 순간 한 점 바람이 플랩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플랩이 바람 끝에 희미하게 배어있는 피비린내를 맡고 바람이 불어왔던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찰나 달의 안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떠올랐다.


플랩은 심장을 강타하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얼어붙은 채 그대로 눈을 감고 말았다.




“안돼!”


환청인 듯 귓전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무엇인가의 힘에 밀쳐지는 느낌에 놀라 떠버린 플랩의 눈 앞에서 누런 송곳니들을 드러낸 하이에나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목이 힘없이 꺾이고 있었다. 엄마가 플랩을 있는 힘껏 밀어 던지고 대신 화를 당한 것이었다.


플랩의 몸은 호숫물에 내동댕이쳐졌다. 사방에서 플라밍고 경비대의 호각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고, 하이에나들은 엄마의 몸을 끌고 순식간에 달빛이 미치지 않는 초원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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