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Jul 08. 2023

일상의 논어 <미자微子1>-은유삼인殷有三仁

微子去之 箕子爲之奴 比干諫而死 孔子曰 殷有三仁焉

미자거지 기자위지노 비간간이사 공자왈 은유삼인언


-미자는 떠났고, 기자는 종이 되었으며, 비간은 간하다가 죽었다. 공자가 말했다. “은나라에는 세 명의 어진 사람이 있었다.”



열여덟 번째 편이 시작되었습니다.


미자는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의 이복형입니다. 주왕의 선왕인 제을(帝乙)의 아들이지요. 제을이 훗날 주나라의 시조 문왕(文王)이 되는 희창(姬昌)을 서백(西伯. 서북 지방의 제후)으로 임명하고 두 누이를 시집 보낸 얘기(제을귀매帝乙歸妹)가 주역 지천태괘와 뇌택귀매괘에 나옵니다.


미자는 주왕에게서 천명이 떠난 것을 알고 예악(禮樂)을 관장하는 관리들과 제사 도구, 신주 등을 챙겨 자신의 봉지로 몸을 피했습니다.


주왕의 친척(당숙)이었던 기자는 미자에게 왕위를 물려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주왕에게 일찌감치 미움을 샀고, 이후에도 간언하다가 투옥되기도 했지만, 결국 정신을 놓은 것처럼 연기하는 방법을 택해 노비가 됨으로써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주역에서는 이를 회기명(晦其明. 밝음을 감추다)으로 표현합니다.


훗날 주나라 무왕(武王)이 신하로 등용하고자 하나 수락하지 않고 대신 무왕이 천도(天道)를 묻자 '홍범구주'를 말해 주었다고 하지요. 우리에게는 '기자조선'으로 시끄러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비간 역시 주왕의 당숙으로 주왕에게 폭정을 멈출 것을 지속적으로 간언하다가 죽임을 당합니다. 주왕이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 그런지 확인 좀 해보자"면서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내 죽였다고 합니다.  


포악한 전제 군주에게 충언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군부 독재의 학정에 맞선 용기 있는 국민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던 비극의 땅이었습니다. 더 이상 총칼을 앞세우지는 못했지만 수구 정권은 언론을 장악하고 저항하는 이들의 밥줄을 끊는 치졸한 방법으로 깨어 있는 국민들을 억압했습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실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국민들에게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은 적반하장 격의 행태로 일관하고 있지요. 나라는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고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는데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선거 제도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의 힘을 마음껏 휘두를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권력의 폭주를 제어할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만 한다면 우리나라처럼 국민의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어떤 권력자도 함부로 권력을 남용할 수 없습니다. 이 정권 하에서 그 동안 드러난 실정만 해도 국가 운영의 자격을 박탈 당하기에 충분하지요. 언론만 바로 서 있었어도 말입니다. 다음 민주 정권은 전광석화처럼 언론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인(不仁)한 리더의 등장을 원천봉쇄하고 기득권 카르텔을 해체하여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 받는 진정한 민주 복지 국가를 향해 더 이상의 흔들림없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양화陽貨26final>-견오見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