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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09. 2023

일상의 논어 <미자微子2>-직도사인直道事人

柳下惠爲士師 三黜 人曰 子未可以去乎 曰 直道而事人 焉往而不三黜 枉道而事人 何必去父母之邦

유하위사사 삼출 인왈 자미가이거호 왈 직도이사인 언왕이불삼출 왕도이사인 하필거부모지방


-유하혜는 사사가 되었다가 세 번 내쫒겼다. 사람들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떠날 만하지 않습니까?" 유하혜가 말했다. "도를 곧게 하여 사람들을 섬긴다면 어디에 간들 세 번은 쫒겨나지 않겠습니까? 도를 굽혀 사람들을 섬길 것이라면 뭐하러 부모의 나라를 떠나겠습니까?"


<위령공> 편 13장에 이어 오랜만에 유하혜가 등장했습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1201


사사(士師)는 요즘의 판사입니다. 유하해는 기득권층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공정하게 판결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세 번씩이나 쫒겨났겠지요. 


무도한 세상이기에 바른 판결을 지속한다면 어디에서든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내 나라 내 땅에서 힘 닿는 데까지 사법 정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신념을 밝힙니다. 작금의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형의 판사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과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유산으로 남긴 바보 노무현은 네 번의 낙선을 경험합니다. 부산 동구에서 출마했던 14대 총선(1992), 부산 시장에 출마했던 1회 지방 선거(1995), 종구에서 출마했던 15대 총선(1996), 부산 북강서을에서 출마했던 16대 총선(2000)에서 그는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지역주의에 영합하는 대신 그 망국병을 타파하겠다는 바른 정치가의 원칙과 신념은 번번히 무시되었습니다. 


국토부 장관이 느닷없이 서울-양평 고속국도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하고 그 책임을 야당에게 뒤집어씌우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인 후, 언론을 등에 업은 여당 소속 양평군수, 양평군의회 회장이 양평 주민 대표들이라는 사람들을 대동하고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했습니다.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눈에는 권력형 비리임이 또렷이 보이는데 예의 적반하장과 막무가내식 태도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요.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양평균의 짙은 보수색을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슨 짓을 해도 내년 총선에서 또 지지 받을 것임을 확신하기에 얼굴에 철판을 깔 수 있는 것이지요. 


바른 도로 국민을 섬기고 싶어도 국민들의 외면이 거듭되다 보면 결국 인물들이 사라지고 맙니다. 누구나 바보 노무현의 의지와 뚝심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요. 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은 정치인들이라고 피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멍청한 국민들이 어리석은 선택을 지속하는 한 악랄한 탐욕배들을 퇴장시킬 수도 단죄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가 타파되지 않는 데에는 국민의 무지에 절반 이상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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