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Jul 21. 2023

일상의 논어 <자장子張12>-유시유졸有始有卒

子游曰 子夏之門人小子 當洒掃應對進退 則可矣 抑末也 本之則無 如之何 

子夏聞之曰 噫 言游過矣 君子之道 孰先傳焉 孰後倦焉 譬諸草木 區以別矣 君子之道 焉可誣也 有始有卒者 其唯聖人乎

자유왈 자하지문인소자 당쇄소응대진퇴 즉가의 억말야 본지즉무 여지하 

자하문지왈 희 언유과의 군자지도 숙선전언 숙후권언 비저초목 구이별의 군자지도 언가무야 유시유졸자 기유성인호


-자유가 말했다. "자하의 제자들은 물 뿌리고 비로 쓰는 일이나 손님을 응대하여 나아가고 물러나는 일을 맡으면 잘하던데, 말단의 일일 뿐이다. 근본이 없으니 어찌하려는 것인가?"

자하가 이를 듣고 말했다. "아, 언유가 지나쳤구나! 군자의 도에서 무엇을 먼저 전하고 무엇을 뒤로 미루어 게을리하겠는가? 초목에 비유하자면 종류별로 구분하는 것이다. 군자의 도를 어찍 왜곡하겠는가? 시작도 있고 마침도 있는 사람은 오직 성인뿐이다." 



자유가 시비를 겁니다. 자하의 제자들이 일상의 소소한 예의범절에 밝을 뿐 그 이상의 것은 배우지 않은 것 같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조롱하자, 자하가 받아치고 있습니다.


'묘목은 묘목대로 성목은 성목대로 영역을 구분하여 기르듯이 사람도 그런 것이다. 초급반이 있고, 중급반, 상급반이 있는 법이다. 다 과정일 뿐, 초급반에서 기초를 가르치는 것이 뭐가 문제냐? 때가 되면 군자의 도를 두루 다 배우게 된다. 제자들이 성인도 아니고 처음부터 고급반 내용을 배운다는 것이 가능하냐?', 자하는 이런 뉘앙스로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할 일 드럽게 없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하나 마나 한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까요. 그냥 선생의 철학대로 각자의 제자들을 가르치면 됩니다. 판단은 제자들의 몫이지요. 


종교든 학문이든 어떤 분야든 시조가 떠나면 분파가 시작됩니다. 나뉘어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도 같으니까요. 우리가 자하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부처님 떠올리면서 그냥 씨익 웃는 것이 나았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자장子張11>-불유한不踰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