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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27. 2023

일상의 논어 <자장子張20>-오거하류惡居下流

子貢曰 紂之不善 不如是之甚也 是以君子惡居下流 天下之惡皆歸焉

자공왈 주지불선 불여시지심야 시이군자 오거하류 천하지악 개귀언 


-자공이 말했다. "주의 불선함은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이래서 군자가 하류에 머물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천하의 악이 모두 돌아오기 때문이다."



하나라의 걸왕과 함께 걸주로 불리며 폭군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은나라의 마지막 왕 주왕에 대한 자공의 평가는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습니다. 그의 사견이기 때문이지요. 


주왕을 빌려 그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아예 절대로 악행을 저지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일단 악한 짓을 하게 되면 악인이라는 평판이 따르게 되기에 이후 웬만한 큰 선행 없이는 드라마틱한 반전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지가 고착되는 탓이지요.  


여기의 '하류'는 온갓 더럽고 추한 것이 다 모여들어 흙탕물처럼 탁해진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 정도의 뉘앙스를 갖습니다. 신분의 고하와는 무관하지요. 


불선한 권력자가 선정을 펼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인기 없는 권력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대신 국민에 대한 불만을 힘으로 잠재우려는 심리를 갖기 마련입니다. 자연스레 독재로 이어지게 됩니다. 악행이 더 큰 악행을, 폭정이 더 심한 폭정을 부르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악인에게 권력을 쥐어 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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