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슈의 선물-1

by 오종호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늘을 새하얗게 뒤덮은 채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수리는 양팔을 V자 모양으로 활짝 펼치고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든 채 눈을 감았다. 함박눈이 얼굴 위로 떨어졌다. 수리는 눈이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이 좋았다. 수리의 얼굴 위에, 머리 위에, 두 팔 위에, 어깨 위에 눈은 점점 쌓여갔다. 눈은 이제 하늘의 여백을 완전히 채울 정도가 되었다. 세상이 온통 눈에 뒤덮이고 있었다. 자동차도, 아파트도, 산도 모두 눈에 뒤덮여 하얗게 변해 있었다. 수리는 자신이 눈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번쩍 뜬 수리는 침대에서 튕겨 나와 재빨리 커튼을 젖혔다. 부옇게 성에가 낀 창문을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내다본 거리에 눈은 보이지 않았다.


‘휴우, 또 꿈이었네.’


수리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털썩 몸을 뉘였다.


‘똑똑똑.’


엄마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일어났니?”

“어!”

“그럼 얼른 나와. 밥 먹자.”

“알았어.”


수리는 책상 위로 시선을 던졌다. 잠든 슈슈의 얼굴이 ‘AM 10:15’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어제는 몇 시에 잔 거야?”


식탁에 음식을 차리며 엄마가 물었다.


“글쎄, 한 3시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며 수리가 대답했다.


“그때까지 무슨 할 일이 그리 많니?”

“그냥 이것저것.”

“또 슈슈하고 수다 떨었지? 방학 시작한 지도 일주일 지났으니 이젠 슬슬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공부도 좀 하시지?”

“알았어. 아침부터 잔소리는. 그리고 슈슈는 이제 업데이트 지원 안해서 제대로 대화도 안돼. 잼없어. 근데, 엄마? 나 오늘 또 눈 오는 꿈꿨다? 와, 오늘 계란말이 비주얼이 예술이네. 박여사님 오늘 신경 좀 쓰셨는데?”


수리가 자리에 앉아 손으로 계란말이 하나를 집어먹었다.


“아이고, 멀쩡한 젓가락 놔두고 왜 손으로 그러실까? 너 자면서 코 후빈 손으로 그러고 싶니?”

“내가 무슨 코를 후벼?”

“아님 말고. 꿈 얘기나 해봐. 눈이 뭐 어쨌는데?”


수리의 엄마 박선미 여사가 머그잔에 내린 커피를 홀짝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게 있잖아. 하늘을 꽉 채울 만큼 눈이 엄청 오는 거야. 나는 이렇게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가 일케 고개를 쳐들고 눈을 감았지. 함박눈이 내 얼굴 위로 마구 떨어지는데 와, 그 느낌이 뭐랄까, 막 차가우면서도 포근하달까? 기분이 엄청 묘하더라. 신기한 게 눈을 감고 있는데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게 느껴지는 거야. 나도 그 눈을 다 맞으면서 눈사람으로 변해가다가 깼거든.”

“좋은 꿈이네.”

“그치? 지금 세상에 눈꿈만큼 좋은 꿈이 어딨겠어?”

“그럼 그럼. 게으름뱅이 딸래미 깨워서 엄마 굶어 죽지 않게 해준 꿈인데 얼마나 좋은 꿈이겠어?”

“엄마!”

“계란말이 맛있지?”

“응. 김치찌개도 환상인데. 그리고 제육볶음도. 좀 더 쉬지 뭘 이런 걸 다했어?”

“너 한참 클 땐데 잘 먹여야지. 그래야 일찍 시집 보내고 엄마도 혼자 좀 편하게 살지.”

“치이, 누가 시집 간대냐? 늙어 죽을 때까지 엄마 옆에서 괴롭히며 살 거다.”

“요 녀석,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하랬지?”

“이 섹시한 입술에 침까지 바르면 그 치명적인 매력을 어찌 감당하시려고?”

“호호호. 섹시가 겨울바람에 다 얼어 죽었다던?”

“근데 엄마. 나 이따가 영서하고 영화 보기로 했거든? 보너스 좀 주라.”

“알았어. 그래도 가게 문 닫기 전까지는 들어와.”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너무 늦게 다녀서 좋을 거 없잖아.”

“알았어. 보너스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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