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激怒). 대통령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할 일을 하기 위해서 옳은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왔는데 미련한 참모들이 알아먹질 못하고 아둔한 국민들이 몰라줘서 자꾸 분한 마음이 들기 때문일까요? 물론 하해와 같은 마음을 가진 가카께서 개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화를 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지요. 잦은 화기(火氣)의 상승은 심장과 뇌에 좋지 않으니, 국민 걱정, 나라 근심을 조금은 내려놓고 한 잔의 낮술로 휴식을 즐기시길 권해 드리는 바입니다.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 건륭제의 칠순 생일 축하 사절단의 일원으로 북경을 거쳐 열하에 도착합니다. 45일간의 여정이었습니다. 열하는 지금의 청더 시로 중국 황제의 여름 별장이 있던 곳입니다.
(출처: 구글맵)
국경을 넘어 만주에 들어선 그는 광활한 벌판을 바라보며 '호곡장(好哭場)'이라고 말합니다. '울기 좋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사절단의 대표인 그의 팔촌형 박명원이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이 넓은 땅을 보고 하필이면 그리 얘기하는가?"
연암의 대답이 일품입니다. "천고의 영웅이 잘 울었고 미인이 눈물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슬플 때만 우는 것으로 알지만 칠정(희노애락애오욕) 모두가 울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감정이 사무치면 사람은 울게 됩니다... 갓난아기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갑갑하게 지내다가 넓고 환한 곳으로 나와 팔다리를 펴니 그 마음이 어찌 시원하지 않을 것입니까?... 우리는 갓난아기들의 꾸밈없는 울음 소리를 본받아 비로봉 산마루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며 한바탕 울어볼 만하고, 황해도 장연 바닷가 금모래밭을 거닐며 울어볼 만하며, 이제 요동 벌판에 와 여기서부터 산해관까지 1천 2백 리 사방에 한 점의 산도 없이 창창하니 역시 한바탕 울어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연암은 울음이야말로 대장부의 호연지기의 표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맹자가 들었으면 틀림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것입니다. 안으로 삼키다 삼키다 마침내 모든 것을 터뜨려 통곡해도 좋을 만한 자리를 만나 순수하고 정직하게 쏟아내는 울음이란 영웅의 울음이고 미인의 눈물이라는 것입니다. 오직 울음만이 존재해야 할 자리에서 갓난아기처럼 울음 그 자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울음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지 못합니다. 위대하신 가카의 격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영웅의 울음은 세상을 정화하고
미인의 눈물은 남자를 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