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외모의 여자 말대로 끼니는 하루에 한번 제공되었다. 음식은 남길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남을 수가 없어서 버려지지 않았다. 배식선은 당일의 끼니를 던져 넣었고 동시에 전일의 쓰레기를 수거해갔다. 두통은 사라졌다. 손목에 2044번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민성은 8시 반에 깨어 씻고 식사를 기다렸다. 너무 일찍 일어나면 허기를 참기 어려웠다. 시간에 틈이 생길 때마다 벽면에 코를 붙이고 에그 밖을 유심히 관찰했다. 어림잡아 천 개 이상의 에그 타워가 20m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아침 9시가 다가오면 수많은 배식선이 타워마다 달라붙어 하루치의 식량을 배식구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루치 식량은 주먹만한 햄버거 세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은 따로 지급되지 않았다. 화장실 세면대의 물을 마셔야 했다. 햄버거는 빵과 패티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맛은 무미건조했다. 그 무미함은 오히려 먹는 것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크기가 작아 아껴 먹어야 했다.
아침을 먹은 후 민성은 적당히 소화가 되기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다가 정확히 10시에 운동을 시작했다. 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신체를 단련해야 했다. 침대 위의 자명종이 에그 도시의 시간을 알려주었다. 팔 굽혀 펴기와 윗몸 일으키기 같은 근력 운동에 집중했다.
정확히 낮 12시에 모니터 화면에서 문제가 출제되었다. 문제는 어렵다고도 쉽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문제의 대부분은 민성 자신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었고 답변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이틀 연속으로 정답을 맞추지 못한 후 민성은 신중했다. 남는 것이 시간이었기 때문에 미리 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이 바뀌기 전까지만 답하면 되었다.
오후 2시에 낮잠을 잤고 한 시간 후에 깨어난 뒤 다시 한 시간 동안 운동했다. 땀을 뻘뻘 흘릴 때까지 에그 안에서 제자리 뛰기를 했다. 샤워는 최소한의 물로 빠르게 끝내야 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매우 적다는 것을 첫날을 보내면서 곧바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샤워 중에 물은 끊겼고 비눗물은 씻어낼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마실 물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허기를 없애기 위해 세 번째 햄버거 조각을 힘들게 먹은 후 다음날 오전 9시에 물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민성은 극심한 갈증으로 고생해야 했다.
“당신의 소설 『그림자들의 숲』에서 그림자들은 인간들을 버리고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림자들이 모여드는 곳은 숲입니다. 그러나 숲은 그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고 나뭇잎들로 달빛을 모조리 막아버립니다. 그림자들은 숲 밖에서 햇빛에 영원히 녹아버리고 맙니다. 왜 그림자들을 죽였습니까?”
10층에서 문제는 민성에게 따지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