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XIII

by 오종호

“당신의 전 남편이 키우던 개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12시에, 화장실 칸막이 위에서 화면은 질문했다. 화면에서 1m 정도의 거리를 두고 허공에 가상의 키보드가 나타났다. 키보드 아래에서 햄버거 조각 하나를 한입 씹다 말고 바닥에 내팽개친 배식판이 은희의 발에 걸리적거렸다.


“이 개떡 같은 자식들아,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나를 가두고 지금 뭐 하는 거냐고?”


키보드를 내려친 은희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동안 화면의 질문 아래에 몇 개의 알파벳이 의미 없이 나열되었다. 창 밖 먼 곳에서 몇 개의 에그가 레일을 달리고 있었다. 첫날 이후 모니터는 바깥세상의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다. 얼굴 하나 높이와 얼굴 두 개 너비의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올려다 본 에그 타워들의 머리 위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빛도 내걸리지 않은 거대한 뚜껑으로 뒤덮여 있는 느낌이었다.


‘만일 이곳이 사라진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는 시설이라면 누가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아냐, 그럴 리 없어. 만일 그렇다 해도 도대체 왜 나를? 아냐, 아냐, 이은희 침착하자.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이 분명해.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이곳을 나가야 한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더 힘들었던 옛날을 생각하고 버텨야 한다.’


은희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키보드 위에 조심스럽게 두 손을 올렸다.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 아무렇게나 씌어져 있는 영문 소문자 알파벳을 지우고 나서 ‘지드’라고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축하합니다, 1984번, 정답입니다. 내일은 2층에서 아침을 맞이하시겠군요.”


화면이 바뀌며 축하메시지가 나타났다. 에그 안에서 누구의 게임인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100층까지 올라가 봐야 했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의 실마리는 그곳에 있을 터였다. 느릿느릿 민성의 얼굴을 핥으며 숨을 거두는 지드의 눈뜬 얼굴과 지드를 끌어안고 통곡하는 민성의 뒷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본적 없는 그 장면이 눈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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