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XIV

by 오종호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내비게이션은 특유의 끈적이는 여성 목소리로 도착을 알렸다. 깜빡 잠이 들었었다는 것을 민성은 알았다. 오른쪽으로 목이 꺾여 있었던지 어깨가 결렸다. 좌석을 세우고 앉아서 기지개를 켜며 스트레칭을 하자 몸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차는 허름한 공장지대로 들어서고 있었다. 골목 양쪽에는 버려진 지 오래되어 보이는 차들이 지저분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인기척은 어디에도 없었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져 내릴 것 같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좁은 골목을 비틀거리며 차는 나아갔다. 오래 전 지상에서 말끔히 사라졌던 전봇대 두 개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삼거리에서 차가 좌회전했다. 골목은 거대한 폐차장이었다.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던 시절의 구식 차량들이었다.


골목이 약간의 오르막 경사를 보이고 있었다. 차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미끄러져 올라가다가 좌측으로 찌그러진 철 대문이 나뒹굴고 있는 공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 뒤로는 산이 성처럼 붙어 있었다. 햇빛이 차단된 실내로 진입하자 사방이 어두워졌다. 차는 곧바로 전조등을 켰고 공장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폐자재들과 타이어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순간 뒤에서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민성이 뒤를 돌아보는 것과 때를 같이해 정면에서 밝은 조명이 켜지면서 민성의 눈을 부셨다.


“도착하였습니다.”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도착지점의 위성좌표와 함께 ‘도착 완료’라는 문구가 떠올라 있었다. 전방의 조명이 꺼졌다. 민성이 해야 할 일은 차에서 내리는 것밖에 없었다. 차에서 내려 문을 닫자 조명의 뒤쪽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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