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XXIII

by 오종호

“1984번, 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입니까?”


눈물 젖은 눈으로 은희는 화면을 노려보았다. 세 번째 내려온 10층에서 에기의 음성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곳에서 내보내 주세요. 그게 제 행복입니다.”


“에그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인가요?”


“아니오, 당연히 행복했습니다. 여기만 나가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군요. 에그를 나가기만 하면 행복해진다? 에그 안은 불행이고, 에그 밖은 행복이라는 건가요?”


“그래요, 맞습니다. 제발 좀 저를 내보내 주세요.”


은희는 벌떡 일어나 화면 앞에 붙어서 소리쳤다.


“그렇다면 내보내 드리지요.”


“정말요? 정말 내보내 주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요? 내보내 주시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당신 말대로라면, 에그 밖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곧바로 행복해질 것입니다. 맞나요?”


“맞습니다. 그럼요.”


“좋습니다. 내보내드리지요. 그 대가로 여기에서의 당신의 모든 기억은 제거될 것입니다. 상관 없겠지요?”


“상관없어요. 오히려 다행입니다, 여기를 깡그리 잊을 수 있다는 것은.”


“에그에서의 생활이 고통스러우셨나 보군요.”


“그래요, 고통스러웠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렇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어차피 사라질 기억이니 말씀 드리지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당신은 에그를 나갈 자격을 얻지 못했습니다. 조민성씨가 자신의 권리를 당신을 위해 양도한 것입니다. 그럼 침대에 앉아 계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에그가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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