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설 『버려진 사람들』에서 작가님이 그린 지하세계가 인상 깊었는데요. 실화에 기반한 소설이라는 점에 독자들이 의아해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실제로 지난 2년여 동안 발생한 실종사건들에 대한 탁월한 상상력이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다는 평이 우세합니다. 먼저, 질문 드리지요. 실화에 기반했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요?”
앵커는 펜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안경 너머에서 그의 눈빛은 계산된 순서에 따른 합의된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 픽션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출판사와 합의한 장치입니다. 독자들께서도 감안하고 읽어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앵커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 그렇군요. 소설 속 지하세계는 실제로 대단히 정교하게 묘사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경우, 실종된 시간 동안의 기억을 전혀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작가님 또한 마찬가지이신데 기억의 공백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채우신 데 대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탄을 금치 못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예, 감사합니다.”
“소설에서 사람들을 납치하여 지하세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언뜻 세상을 선하게 만들기 위해 인간 개개인에게 자성의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러다가 기억이 제거당하지 않은 주인공이 지하세계의 실체를 찾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매우 드라마틱하게 전개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다 여쭙지는 못합니다만, 실재하는 세계가 알고 봤더니 가상현실이었다는 대목에서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이와 유사한 시설을 만들고 얼마든지 인간에게 왜곡된 경험을 강제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독자들의 우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말씀 해 주시죠.”
“기술이 인간과 로봇의 경계, 현실과 가상의 경계, 기억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실종 이유가 실제로 무엇이든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현실에 안도합니다. 기억이 단절된 점을 걱정하는 것보다 삶이 연속되는 점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가상세계에서 유목민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그 가상세계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치닫고 있는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우려를 공론화하기 위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되어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예, 말씀 감사합니다. 아울러 이 책을 계기로 조작가님의 이전의 글들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점도 축하 드립니다. 이번에 출간하신 책도 『버려진 사람들』에 이어 2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 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여러분, 수퍼 베스트셀러 작가 조민성씨와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화면이 기상 캐스터로 넘어가자 앵커는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민성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