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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3. 2020

담백한 주역 <11.지천태괘地天泰卦>-단전과 대상전



彖曰 泰 小往大來 吉亨 則是天地交 而萬物通也 上下交 而其志同也 內陽外陰 內健外順 內君子而外小人 君子道長 小人道消也

단왈 태 소왕대래 길형 즉시천지교 이만물통야 상하교 이기지동야 내양외음 내건외순 내군자이외소인 군자도장 소인도소야


-<단전>에 말했다. '태괘가 작은 것은 가고 큰 것이 와서 길하고 형통한' 것은 하늘과 땅이 섞여 만물이 소통하고 상하가 어울려 뜻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안은 양이고 밖은 음이며, 안은 굳세고 밖은 순하며, 안은 군자고 밖은 소인이니, 군자의 도는 자라고 소인의 도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공자가 괘사를 상세하게 풀어 주었습니다. 괘상으로 설명한 것이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한 대목 '군자도장 소인도소야'만 보고 가겠습니다.



중지곤괘에서 점차 양이 자라나 지천태괘에 이르는 모습입니다. 양이 더 자라면 34괘 뇌천대장괘, 43괘 택천쾌괘, 1괘 중천건괘로 이어질 것입니다. 군자의 도는 자라고 소인의 도는 사라진다는 것의 의미가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象曰 天地交泰 后以 財成天地之道 輔相天地之宜 以左右民

상왈 천지교태 후이 재성천지지도 보상천지지의 이좌우민


-<대상전>에 말했다. 하늘과 땅이 섞이는 것이 태다. 임금은 이를 본받아 천지의 도를 마름질하여 이루고, 천지의 마땅함을 도움으로써 백성들을 인도해야 한다.   



'후后'는 본래 황후皇后, 왕후王后에서 보듯 임금의 부인이나 여자 임금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여기에서는 육오 리더가 곤괘의 중앙에 음으로 있어 비유적으로 쓰인 것입니다. 


공자가 말을 좀 어렵게 했는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리더는 천지가 섞이는 이치에서 천지의 도를 깨우쳐야 하겠지요. '재財'에는 '마름질하다'는 뜻이 있는데 이것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옷감이나 재목 따위를 치수에 맞도록 재거나 자르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천지의 도도 어려운데 마름질이 들어가니 더 난해하게 느껴지지요. 직관적으로 가슴에 꽂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지의 도는 특정한 것 하나가 아니라 균형과 조화, 질서 등 인간의 인식 내에 있는 가치들의 총체적인 종합과 같은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지천태괘에서는 교交와 통通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천지의 섞임에서 인간 간의 사귐과 소통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미 10괘 천택리괘를 거쳐 왔으니 무질서한 교류가 아니라 분별력 있는 예의를 갖춘 상하의 어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글자 대신 재財를 사용한 것에서 그 예의 바른 교交와 통通이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에 바탕한 인식임을 읽어야 합니다. 백성들에게 천지의 도의 실현은 물질적 풍요로 증명됩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때 임금은 존재가치를 갖는 자입니다. 2괘 중지곤괘에서 '왕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얘기를 한 바 있습니다. 물적 토대를 갖추는데 필요한 아이디어, 기술, 전략, 리더십을 망라한 것입니다. 후后는 옛날로 보면 영화 <천문> 속 세종대왕의 모습이요, 요즘으로 치면 덕을 갖춘 훌륭한 정치가, 기업가입니다. 강한 남성성 대신 섬세한 여성적 감수성을 보유한 리더의 상입니다. 


천지의 마땅함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하지만 중지곤괘에 대한 해설을 참고한다면 수월하게 풀릴 것입니다. 땅은 하늘의 이치를 받아 만물을 품고 기르는 것을 사명으로 합니다. 그것이 천지가 존재하는 이유이지요. 하지만 마땅히 그렇게 됨으로써 세상이 천지의 도로 풍요롭고 아름답기 위해서는 군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군자는 천지의 도를 지상에 완성하는 자입니다. 천지의 운행은 균형과 질서, 조화가 우선입니다. 만물을 고루 기르고자 하나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그것은 하늘의 불완전성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이치가 땅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여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땅은 하늘의 이치를 온전히 수용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일부일 뿐이지요. 


척박한 땅을 일구고, 춥고 어두운 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듬는 일을 통해서 땅 스스로 구현해 내지 못하는 하늘의 뜻이 지상에 완성되도록 기여할 책무가 군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스스로를 뽐내며 권세를 휘두르는 작금의 많은 정치인, 관료, 기업인, 언론인들은 국민과 직원들을 이끄는 리더의 자질에 대해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공자는 '좌우左右'라는 단어를 통해 리더의 태도를 깨우쳤습니다. 좌도 보고 우도 보라는 것입니다. 중용의 도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1괘 중천건괘와 2괘 중지곤괘에서 중용에 대해 얘기한 바 있습니다. 좌左와 우右에는 '돕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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